웬 노인이 앉자마자 망설임 없이 비아그라를 처방해 달란다. 차트를 보니 76세. 행색이나 신체는 평범하다. 그러나 눈빛은 형형하고 인상은 반듯하며 건강하고 인자하게도 보인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묻는다. 아직도 사용하실 일이 있나요? 이웃에 있는 혼자 사는 80 먹은 할머니가 있는데 해 달라 합니다. 부인인 할머니는 안 계세요? 있는데 싫어해, 아프다고, 그래서 안 해요. 젊은이라면 파렴치하게 여길 일이지만 이 노인네의 말은 경박스럽지도 않다.
친밀감을 느낄 정도로 대화를 계속하게 만든다. 어쨌든 그 나이에 바람을 피우고 섹스를 한다니 어찌된 사연인지 한 수 배울 것이 있나 싶어진다. 성이란 무엇이고 성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노인네가 묻는다. 아직은 건강한데, 건강에 안 좋을까봐 한 달에 한번만 하는데, 몇번까지 괜찮습니까? 할 수 있는 만큼 하세요. 권하기는 세번 정도가 적당합니다. 실은 아무 근거없이 세번으로 한정하였지만 근거라면, 70대 나이니까 7x9=63에서 6은 버리고 3이란 숫자를 야설에 의한 답으로 권장하였던 것이다.
나이가 얼마인데 바람을 펴?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든다. 이해가 되는 듯하면서도 이 나이에 바람을 피우는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바람이란 남성호르몬 등의 작용이나 정신적 욕구가 머리에 박혀 윤리를 뛰어넘는 에너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체로 국민소득 1만달러가 넘으면 바람기(특히 여성)가 증가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여성해방운동이 일어나고 경제적 독립과 지위가 향상되면 성적 즐거움을 알게 되기 때문이란다.
섹스는 원초적 본능이라 그냥 하고 싶어서 목숨을 걸기까지도 한다. 윤리적으로야 고상하게 섹스는 사랑과 생명의 요소가 있어야 하고 이 두 가지 요소가 없는 섹스는 불결하고 죄악이라고 한다. 성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큰 변화를 겪어왔다. 성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있는 한 문화와 풍속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쾌락은 섹스를 하는 중에 결과적으로 느끼는 정서적 즐거움이나 희열의 표현이지 섹스의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 세상에 생식을 위한 섹스만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동물처럼 발정기와 상관없이 마음 내키는대로 이뤄지는 인간의 섹스는 생식의 본능을 넘어 쾌락의 용도로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은 아무리 성이 개방된 지금도 최소한 배우자에 대한 배신과 비도덕적이란 인식이 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힘에 의해 바람을 피운다. 할머니 모르게 조심하세요. 진료를 마치고 나가는 노인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중립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박철희
(계명대 동산의료원 비뇨기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