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한국인 된 느낌" 의성 뉘엔티 김응언씨

입력 2010-06-02 10:54:08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뉘엔티 김응언씨가 의성군 금성새마을금고에 마련된 금성면 제2투표소에서 딸을 데리고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뉘엔티 김응언씨가 의성군 금성새마을금고에 마련된 금성면 제2투표소에서 딸을 데리고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신성한 한표를 행사했어요. 이제야 진짜 한국인이 된 느낌입니다."

베트남에서 온 뉘엔티 김응언(24·여·의성 금성면 산운리)씨는 2일 오전 의성 금성면 제2투표소에서 한국 국적 취득 후 처음으로 투표를 했다.

2005년 9월 국제결혼으로 남편의 나라 한국에 온 뉘엔티 김응언씨는 지난 4월 8일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현재 금성 재래시장에서 시부모와 함께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한국의 선거문화가 매우 독특하고, 베트남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두 나라의 선거 문화를 평가했다. 베트남 경우 한국보다 1년 이른 18세부터 투표권이 있으며 한국의 지방선거처럼 한꺼번에 8명을 뽑지는 않는단다. 가족 중 한 사람이 가족을 대표해 대리 투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유세차량에서 흘러나오는 후보자들의 로고송은 대중가요에 가사를 바꾼 것이어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해 깜짝 놀랐다"며 "후보자와 운동원들이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명함을 주면서 한표를 호소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고 했다.

한국인으로서 첫 투표권을 행사한 뉘엔티 김응언씨.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지방선거 투표일에 남편과 손잡고 투표장에 가기로 악속했으나 남편은 암으로 지난 4월 말 다섯살 난 딸과 자신을 남겨 둔 채 하늘나라로 떠났기 때문이다.

시부모인 구영길(65)·박순자(60)씨 부부는 "한국으로 시집와서 우리 문화를 잘 익히고 특히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해 기특하지만 남편 없이 살아가는 며느리의 장래를 위해 의성군청 부설 영진전문대학에 진학시켜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도와줄 계획"이라고 했다. "시부모와 함께 딸을 훌륭하게 키우고, 한국인으로서 꿋꿋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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