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의 황태자로 큰 '왜관 촌놈' 곽태휘
축구부가 없는 학교엔 가지 않겠다며 '등교 거부'까지 했던 고교생이 있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중앙수비수로 우뚝 섰다가 비상 직전 날개를 다쳐 내려앉은 곽태휘(29·사진)다. 그는 남아공 월드컵을 10여일 앞둔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월드컵의 꿈'을 접었다.
곽태휘는 곧잘 칠곡 왜관 토박이 촌놈이라고 스스로 소개한다. 왜관동부초교, 왜관중을 졸업한 뒤 왜관의 순심고에 입학했다 뒤늦게 축구가 하고 싶어 대구공고로 전학했다. 이후 곽태휘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괄목상대(刮目相對)라 할만 했다. 축구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초·중학교부터 축구를 배운 친구들을 따라잡았고, 중앙대에 진학한 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는 한국 대표로 활약했다. 2005년에는 꿈에 그리던 프로(FC서울)무대에 진출하고 올해 일본 J-리그 교토상가로 이적하는 등 성공적인 늦깎이 축구 인생을 살았다.
끊임없이 찾아온 시련도 곽태휘를 막지 못했다. 고 2때 전지훈련 중 공에 눈을 맞아 수술을 받았고 왼쪽 시력이 크게 떨어져 1년간 휴학하는 축구 인생의 위기를 맞았지만 '한쪽 눈으로라도 축구를 하겠다'는 강한 신념과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 더욱 강한 선수로 거듭났다.
또 2007년엔 서울에서 전남 드래곤즈의 김진규와 현금을 얹은 트레이드를 당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그에게'전화위복'이 됐다. 당시 전남의 사령탑이었던 허정무 현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만나는 행운을 얻은 것. 그는 2008년 허 감독의 부름으로 대표팀에 승선하는 기회를 잡았고 '허정무호의 황태자''골 넣는 수비수'로 화려하게 부상했다.
상승세를 이어갈 것만 같던 그의 인생에 '태클'을 건 것은 부상이었다. 2008년 시즌 개막전에서 오른 발목 부상으로 국내외를 오가는 수술과 치료 등 6개월 동안 재활해야 했던 그는 그해 11월 팀 복귀 후 또다시 오른쪽 무릎 인대 손상으로 눈물을 흘리며 또 10개월을 쉬어야 했다.
그러나 남아공 입성 직전, 벨라루스전에서 당한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왼쪽 무릎 안쪽 인대 부분 파열로 4주 진단을 받으면서 꿈에 그리던 곽태휘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무산됐다.
곽태휘의 고교 은사인 대구공고 곽병유 축구부장은 "고 1때 갑작스레 찾아온 태휘는 멀리뛰기 학교 대표를 해서인지 점프력 등이 좋아 집중적으로 개인 훈련을 시켰다"며 "유럽 등 장신의 선수들과 헤딩 경합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은 한국 대표팀 중 최고여서 선발 출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부상으로 주저앉아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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