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수 지음/작가 콜로퀴엄 펴냄
시인 노현수의 첫번째 시집 '방'은 사람살이와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다. 박재열 시인은 "노현수의 시에는 칼처럼 위험하거나 삐딱하거나 불뚝거리는 것이 없지만, 까칠한 것들로 꽉 차 있다. 그녀는 사물을 세게 껴안거나 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꽃이 깰까봐 가만가만 이야기하면서도, 자잘한 것 하나도 빼놓지 않고 할 말을 다 챙기는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좌판에 한 무더기씩 놓여 시들어가는 나물, 저 푸른 몸들, 반나절 넘도록 누구 하나 시든 햇살 값을 물어보지 않는다. 연신 햇볕과 바람 사이로 물을 뿌려대지만 등 굽은 할머니는 나물보다 목이 더 탄다.-링거병 치켜든- 중에서.
길을 걷다가, 사람 왕래 많은 목 좋은 자리는 고사하고, 요령 있는 장사꾼이라면 거들떠보지 않을 귀퉁이에 비집고 앉아 푸성귀 파는 할머니를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햇볕에 시들어가는 푸성귀보다 할머니의 목이 더 타들어가는 것을, 해가 지고 이제 어둠이 내리는 것을 푸성귀보다 할머니가 더 걱정한다는 것을 말이다. 노인은 사람 왕래 적은 그곳이 좋아서 잡은 게 아니다. 그것이 그의 자리이기에 앉은 것이다. 세상에 누가 링거병 치렁치렁 달고 살고 싶겠는가. 시인 노현수는 그 풍경 뒤에 숨은 이야기를 알고, 안쓰러워할 줄 안다. 이 시집에 묶인 시들이 그렇다. 101쪽, 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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