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 손꼽아 기다려요"…새터민 등 첫 선거 설렘

입력 2010-06-01 10:45:02

대구 중구 남산동 107세 권영섭 할아버지가 선거 홍보물을 들여다보며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중구 남산동 107세 권영섭 할아버지가 선거 홍보물을 들여다보며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난생 처음 해보는 선거여서 많이 설렙니다."

2005년 중국을 거쳐 대구에 정착한 새터민 이용우(37·가명)씨는 요즘 많이 들떠 있다. 2008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이씨는 올해 처음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공산당이 정해주는 한명의 후보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는 북한 선거방식과 달리 각자 공약을 들고 나온 후보 중 한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거리에 넘쳐나는 선거 현수막과 플래카드를 보면 대한민국 국민이 된 걸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6·2지방선거는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고 있지만 선거 날을 무척 기다리는 유권자들도 있다. 탈북 후 첫 투표를 하는 새터민, 결혼이주여성, 최연소·최고령 유권자들은 이번 지방선거가 특별한 날로 다가오고 있다.

대학생 김지영(19)양은 얼마 전부터 지갑 뒷주머니에 꽂혀 있는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는 습관이 생겼다. 생애 처음 투표권을 가진 데다 1991년 6월 3일에 태어나 유권자 중 가장 막내인 까닭이다.

김씨는 "첫 선거를 그냥 지나치면 평생 선거에 무관심해 질 것 같다"며 "선거에 책임감을 가지고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107세인 권영섭(대구 중구 남산동) 할아버지도 투표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세에 투표권을 받은 뒤로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투표를 해 왔다.

"투표를 몇 번 했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나만큼 투표를 많이 한 사람도 없을 거야. 내 한 표로 자유당 정권을 바꿨고 이명박 대통령도 내 손으로 뽑았다니까."

정신임(104·중구 대봉동) 할머니도 손자 손녀와 함께 이번 선거 명부에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할머니도 꼬박꼬박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할머니는 "내 살아있을 동안 선거는 계속 해야지. 내 손으로 높은 사람을 뽑는다는 게 얼마나 신기한 일이야"라고 말했다.

결혼 6년차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판누이항(28·달서구 상인동)씨에게도 이번 선거는 남다르다. 2년 전 총선 때 첫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한글을 몰라 엉뚱한 후보를 찍었기 때문이다.

그는"주말 내내 선관위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후보자들의 신상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봤다. 그동안 한글과 인터넷을 열심히 배워온 만큼 제대로 된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새댁 저잉마이(25)씨는 "베트남은 공산국가라 투표다운 투표가 없고 투표에 대한 관심도 없다"며 "하지만 한국에 시집와 로고송을 울리며 유세를 벌이는 지원 차량과 재미있는 선거 운동 방법을 보니까 흥미롭다. 꼭 투표 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권자들도 이번 선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수성구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웨인(33·캐나다) 씨는 "올해로 영주권을 얻은 지 3년이 지나 한표를 행사 할 수 있게 됐다"며 "교육을 위해 힘쓰는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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