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지식의 부침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어제 배운 지식을 오늘 쓰지 못하고 오늘 배운 지식을 내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학위나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전문가로 인정을 받았지만, 이제는 최근에 책을 쓴 저자가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다.
지역의 학교에서 우리 시대에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저자들과 학생들을 대면시키기 위해 2005년부터 '저자 학교에서 만나다'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해만 해도 89개 고등학교에서 80여 회의 저자 초청 행사가 이루어졌다. 초·중·고 전체 학교에서는 160회 이상의 저자 초청 행사가 이루어져 지역과 전국의 유명 저자들이 대구의 학교를 다녀갔다.
'저자 학교에서 만나다' 행사는 다음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에 초청할 저자를 결정한다. 그리고 저자의 책을 읽는다. 읽고 나서 독후 공모, 독서퀴즈 등의 행사도 실시한다. 이러한 활동을 마친 후 저자를 학교에 모셔 특강을 듣고, 대화도 하고, 사인회도 한다.
저자가 온 학교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시인이 오면 시를 쓰겠다는 학생이 20~30명 나오고, 소설가가 오면 소설을 쓰겠다는 학생이 20~30명 나온다. 과학자가 오면 과학자가 되겠다는 학생이, 만화가가 오면 만화를 그리겠다는 학생이, 여행 작가가 오면 여행가가 되겠다는 학생들이 그만큼 나왔다.'저자 학교에서 만나다' 행사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멘토가 될 만한 사람을 대면하게 하였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고민하는 기회였다.
학교는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찾도록, 그리고 그쪽으로 매진하도록 도와야 된다. 또 학생들에게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사실, 우리 학생들은 고등학생만 되면 공부에 쫓겨 부모와 인생에 대하여 진지하게 대화할 시간조차 없다. 200일이 넘는 수업일수 중 하루쯤은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의 공간인 좁은 교실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인생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어떨까? 별자리에 관한 책을 쓴 저자와 밤에 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관찰하면서 우주의 광대함과 인생에 대한 성찰 기회를 주면 어떨까? 보고 있는 별빛이 자신이 태어나기 훨씬 이전에 출발한 빛이라는 것을 알면서 우주의 영원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자신이 왜 넓은 우주 가운데 지구라는 별에 태어났는지? 지구라는 별 가운데 하필이면 왜 대한민국에 태어났는지? 대한민국 가운데 왜 대구에 태어났는지?
우주의 영겁으로 보면 인간은 누구나 찰나를 살다 간다. 100년을 산다고 한들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짧은 순간을 어떻게 살다가 가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인지? 내가 살다가 간 땅이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과 성찰을 통해 자신의 생각 좌표를 내우고, 남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삶을 살도록 준비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소통과 나눔을 통해 살기 좋은 지구촌을 만들 수 있는 원대한 꿈을 꾸면서 공부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한원경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담당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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