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지각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감각은 물리적인 것이지만 지각은 심리적인 것이다. 감각은 감각기관과 신경 경로를 통해서, 지각은 보다 높은 수준의 피질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의미해석과 관련이 있다. 이 둘의 절묘한 배합을 잘 느낄 수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위치 파악이다.
우리는 대상들이 환경 속 어디에 위치하는가를 알기 위해서 우선 대상을 배경과 분리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이 삼차원의 세계 속에서 대상, 즉 전경의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전경으로 보고 어떤 것을 배경으로 볼까? 전경과 배경의 체제화는 자극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가운데 있다. 그러므로 관심의 대상이 전경이 되며 그것은 배경보다 입체적으로 보이고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두 사람이 마주한 모습으로도 술잔으로도 보이는 그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동시에 두 가지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디에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전경이 되거나 배경이 된다.
이것은 꼭 시각체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창 밖의 무수한 소음 가운데서도 노랫소리를 듣고 교향악단의 연주 속에서 좋아하는 악기의 음을 들을 수 있다. 내 마음의 전경이 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공장의 기계소리에도 엄마는 옆방의 아기 울음소리를 누구보다 먼저 듣는다. 감각에 지각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나의 어머니는 수백 명의 아이들이 하교하는 교문 앞에서 너무나 쉽게 남동생을 찾아내곤 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 인물이 워낙 훤해서 그렇다고 했지만 이제 생각하니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이 만들어낸 전경과 배경 분리 효과였다. 어머니의 눈에 아들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배경으로 물러났던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아무리 혼잡한 곳에서도 서로의 눈에 띈다. 극장 로비에서건 백화점 정문 앞에서건 서로를 전경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니까.
위치파악에 관한 강의를 마치면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어졌다.
'요즈음 여러분의 전경이 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여러분이 갖고 있는 꿈 가운데 전경이 되는 꿈이 있습니까?' 그것은 나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였다.
전경과 배경의 차이는 관심과 사랑에서 비롯된다. 사랑하고 원하는 그 누구, 그 무엇은, 전경이 되어 버린다.
추 선 희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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