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영화'라면 거장 존 휴스턴이 연출한 '승리의 탈출'(1981년)이 떠오른다.
2차 대전 중 연합군 포로들과 독일 정예 축구팀의 축구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누가 봐도 승부가 되지 않는 경기다. 배고프고 연습도 제대로 못 한 포로들과 진수성찬에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는 정예팀의 대결이라니. 나치 장교들은 선전용으로 이를 추진한다.
'승리의 탈출'은 절망적 한계상황에서 펼쳐지는 위대한 인간 승리의 현장을 축구를 통해 잘 그려낸 감동적인 작품이다.
최근 들어 축구영화들이 잇따르고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축구의 신:마라도나'는 1986년 아르헨티나에 월드컵 우승을 안긴 전설적 스포츠 스타 마라도나를 다룬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세계 축구사를 뒤바꾼 디에고 마라도나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탄 거장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이 만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스포츠보다는 정치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마라도나는 영화에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티셔츠를 자주 입는 반미주의자로 그려진다.
다음달 24일 개봉하는 '맨발의 꿈'은 사업에 실패한 축구선수 출신 한국인이 동티모르에서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2004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리베리노컵 국제 유소년축구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동티모르의 히딩크' 김신환 감독의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크로싱'의 김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작전' '세븐데이즈' 등에 출연했던 박희순이 주인공 김원광 역을 맡았다.
이번 주 개봉된 '꿈은 이루어진다'(사진)는 4강 신화를 이뤘던 2002년의 추억을 되살리는 영화다. 비무장지대 북한군 부대의 1분대장(이성재)은 차범근과 차두리 부자까지 꿰고 있는 열혈 축구팬이다. 수색을 나간 어느 날 우연히 남측 병사들과 맞닥뜨리고 나서 무전기에 남측의 월드컵 중계방송 주파수가 잡히자 1분대 전원은 경기일마다 목숨을 걸고 방송을 듣는다. 남측 병사들과 몰래 만나 축구 중계도 함께 보고 축구 경기도 하지만 남쪽과 교신한 흔적이 드러나면서 위기를 맞는다.
축구는 힘과 기량만으로 승부를 거는 스포츠지만, 다분히 정치적이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신의 손' 논란을 일으키며 혼자 2골을 넣었던 마라도나는 경기 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전쟁을 언급하면서 "죽은 동포를 대신해 축구장에서 싸운 것"이라고 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의 북한군 1분대장은 "축구공에는 국경도 사상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남북 병사들이 "대~한민국!" 대신에 "우~리민족!"을 외치지만 최근 천안함 사태로 냉각된 남북관계를 보면 그렇게 밝아 보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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