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옮겨놓은 게임…페르시아로 '시·공간 이동'
1990년대 초 소위 가정용 컴퓨터(PC)라는 신기한 물건을 집에 들여놓고,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초창기 컴퓨터게임을 돌려보는 것이었다. 지금 3D효과까지 나온 현란한 게임에 비하면 조악하기 짝이 없었지만, 집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매혹적인 일이었다.
그때 흑백모니터로 즐기던 게임 중 대표적인 것이 '페르시아 왕자'였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각종 무사와 트릭이 설치된 지하 암굴을 무사히 빠져나가야 하는 것이 임무였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오기가 생겨 밤새워 키보드를 두드리던 생각이 지금도 아련하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1989년 애플2 컴퓨터로 개발된 게임으로 이후 20년간 여러 버전의 시리즈로 발전하면서 게임의 고전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번 주 개봉된 '페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는 원작게임의 맛을 영화로 옮긴 액션물이다.
천하를 정복한 신비의 제국 페르시아를 배경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고대의 단검을 둘러싸고 진정한 용기를 가진 페르시아의 왕자와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반역자, 그리고 단검을 비밀의 사원으로 가져가야만 하는 공주의 운명이 격돌한다.
페르시아의 왕자 다스탄(제이크 질렌할)은 왕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신성한 도시 알라무트의 공주 타미나(젬마 아터튼)와 함께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다스탄이 우연히 갖게 된 단검은 '시간의 모래'를 사용해 시간을 뒤로 되돌리는 신의 열쇠이다. 이를 차지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어둠의 세력이 다스탄의 뒤를 쫓는다.
1억5천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장대한 사막 풍경을 배경으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돋보이는 어드벤처 영화이다.
맨몸으로 벽을 타고, 건물 사이를 점프하고, 닫히는 철문을 빠져나가는 등 게임의 짜릿함을 충실히 재현했다. 제작진은 다스탄의 잽싼 동작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익스트림 스포츠인 파쿠르의 고난도 액션을 도입했다고 한다.
쏟아지는 모래 속을 서핑하듯 타고 나는 장면, 일본의 닌자를 연상시키는 페르시아 암살자들과의 대결 등 볼만한 액션이 가득하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오래전부터 영화가 점쳐졌다. 게임의 원작이 리얼한 아케이드 액션을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졌기에 영화로는 제격이었다. 이를 구현한 것이 할리우드 흥행제조기 제리 브룩하이머다. 그는 화려한 액션과 칼과 마법이 등장하는 신화적 이야기를 경쾌한 액션에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로 풀어냈다.
이 영화는 액션과 스케일을 통한 오락에 목을 매는 영화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스토리는 단순해 질 수밖에 없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액션처럼 왕위를 노리는 삼촌과 왕자들의 갈등과 화해 또한 해피엔딩을 위해 레고조각처럼 척척 맞아 들어간다. 다스탄과 타미나 공주의 티격태격하는 캐릭터 구성도 큰 갈등 없이 쉽게 풀려간다.
그러나 빈민굴 출신의 아이가 페르시아 왕자로 신분상승하는 영웅의 탄생담과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인간의 욕망, 왕위를 두고 싸우는 피를 나눈 형제의 이야기 등 단순하지만, 탄탄한 스토리도 녹아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 '조디악' 등의 영화에서 고민이 꽉 찬 연기를 보였던 제이크 질렌할이 액션 어드벤처 주인공으로도 썩 잘 어울린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타미나 공주 역의 젬마 아터튼은 최근작 '타이탄'에서 이오 역을 맡았던 배우다. 삼촌 역의 벤 킹슬리는 형의 그늘에서 음모를 키워나가는 사악한 니잠으로 나와 냉혹한 연기를 보여준다.
'모나리자 스마일'과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연출한 마이크 뉴웰 감독이 연출했다. 여러모로 골치 아픈 세상사 잊기 위해서는 제격인 영화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치장한 시각적 쾌감, 오락적 재미가 가득해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러닝타임 116분. 12세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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