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게으름도 해결한다…귀차니스트 위한 상품

입력 2010-05-29 07:33:20

사진, 대구·롯데백화점 제공
사진, 대구·롯데백화점 제공

움직이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귀차니스트'.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보는 '이따가 이따가'병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집안일은 물론이고 심지어 씻고 화장하는 일조차도 귀찮을 뿐이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귀차니스트들이 새로운 소비 시장을 열어주는 고마운 고객이 되고 있다. 기업들의 중요한 마케팅 대상인 동시에 새로운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상품 진화를 이끄는 주역이기도 하다.

◆집안청소 맡겨만 주세요

집안일 중에서 가장 하기 싫은 하나를 꼽으라면 쓸고 닦는 일이 아닐까? 이런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것이 바로 물걸레 기능이 있는 로봇청소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청소를 말끔하게 해결해주는 최고의 가사도우미이다. 기존의 로봇청소기는 먼지만 빨아들여 다시 한번 걸레로 바닥을 닦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최근 등장한 물걸레 로봇청소기는 혼자서 먼지는 물론 걸레질까지 깨끗하게 해결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60만원대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혼자 사는 싱글족은 물론이고, 혼수시장에서도 빠지지 않는 인기 품목"이라고 했다.

직장생활하는 남성이 있는 가정이라면 와이셔츠 다림질도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특히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더운 여름, 뜨거운 다리미를 붙들고 있노라면 한증막이 따로 없을 정도. 이런 다림질의 수고를 덜어주는 '의류건조기'도 등장했다. 살균·탈취·스팀 기능까지 있는 의류건조기는 옷걸이 상태로 걸어 건조한 뒤에는 옷장처럼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예 다림질이 필요없는 드레스셔츠를 구매하는 것도 다림질의 수고를 피할 수 있는 센스다.

여름 내내 사용해야 하는 에어컨에도 귀차니스트를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LG에어컨은 주기적으로 필터청소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스스로 알아서 필터 청소를 마치고 먼지만 따로 모으는 기능을 가진 에어컨을 선보였다.

◆묶어서 한번에

바쁜 출근시간, 남성들이 귀찮아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면도다. 거품을 발라 바쁘게 면도를 하다보면 얼굴에 상처가 나기도 하고, 전기면도기를 쓰면 왠지 깨끗하게 면도가 되지 않는 기분이 들기 때문. 이런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 바로 자동세정 기능을 갖춘 전기면도기다. 방수 기능을 장착한 자동세정면도기는 건식 면도는 물론 거품면도도 가능해 피부 자극을 줄이는데 제법 효과가 있다. 자동세정 기능의 전기면도기를 고를 때는 무엇보다 헤드와 세정액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세정액은 살균, 청소, 면도날 성능 유지 등의 기능을 하며 보통 하루에 1번씩 사용했을 때 30∼40번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 헤드가 몇 개인가에 따라서 절삭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격대 차이도 크다. 저가형은 주로 1헤드를 장착한 제품이 대부분이며 2, 3헤드가 중고가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통합기능 리모콘은 귀차니스트들의 필수 아이템이다. TV를 비롯해 비디오, DVD, 오디오, 케이블TV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부분 가전제품에 하나씩 있는 리모컨은 귀차니스트들을 괴롭히게 마련. 늘 어떤 리모컨을 어디에 뒀는지 헷갈리고, 이것저것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한번에 해결해준다.

전자레인지와 토스트기의 결합상품도 등장했다. 바쁜 아침시간 우유와 토스트를 따로 준비해야 할 귀찮음을 덜도록 전자레인지에서는 우유를 데우고 동시에 토스트기로 빵을 구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게을러도 예뻐질 수 있다

여성들은 외출 전 화장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수분 크림부터 베이스, 파운데이션까지 팔레트 역할로 분주한 손등은 쉽게 얼룩지고, 손가락이 수차례 드나드는 화장품통은 세균으로 오염되기 마련이다. 간편하고 청결한 메이크업을 위한 묘안으로 손에 묻히지 않고 사용하는 도구일체형 화장품이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요즘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스프레이형 화장품. 갈수록 날씨가 더워지면서 이것저것 챙겨 바르기도 귀찮아지는 요즘 같은 때 가볍게 뿌려 피부관리를 할 수 있는 스프레이 제품들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향수 대용으로 사용하기 좋은 '샤넬'의 '코코 마드모아젤 후레쉬 모이스처 미스트'나 야외활동시 간편하게 뿌릴 수 있는 크리니크의 '선 SPF 25 보디 스프레이', 레몽·자몽과 같은 시트러스 향을 갖고 있어 뿌리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비오템의 '오비타미네 보디 미스트오렌지' 등의 제품이 출시돼 있다.

골프나 테니스 등 실외활동을 즐기는 남성을 위한 제품도 등장했다. 샤넬의 알뤼르 옴므 스포츠 샴푸+바디워시 제품은 샴푸와 바디워시의 두 가지 기능을 한 제품에 담아 아침, 저녁 샤워할 때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피부관리는 하고 싶지만 팩을 씻어내거나 벗겨내는 번거로움이 싫은 여성들을 위한 '수면팩'도 인기다. 바른 후 바로 잠자리에 들 수 있다. 단순한 피부관리뿐 아니라 숙면 유도 성분을 첨가한 제품도 나왔다. 아모레퍼시픽 라네즈의 '워터 슬리핑 팩 EX'는 숙면을 도와주는 향까지 첨가돼 있다.

◆아이디어의 견인차

귀차니스트를 위한 아이디어 상품은 생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운동화를 즐겨 신는 사람들에게 신발끈을 묶는 일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지만, 최근 선보인 다이얼식 신발끈 조임장치는 이런 성가심을 해결해 준다. 아웃도어 전문매장인 K2, 코오롱 스포츠 등에서는 프리락시스템을 채택한 등산 신발이 선보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프리락 시스팀은 기존처럼 신발끈을 손으로 일일이 묶을 필요없이 신발에 부착된 다이얼을 돌리기만하면 신발끈이 자동으로 조였다 풀렸다 하는 편리한 장치다.

이 밖에도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얼음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고안된 얼음정수기, 각종 음식물을 빠른 시간에 건조시켜 분말형태로 만들어주는 음식물처리기. 신기만하면 다이어트 효과를 준다는 다이어트 압박스타킹 등의 상품도 귀차니스트를 겨냥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품들로 꼽힌다.

롯데백화점 오영진 가전 담당자는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연구개발은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보다 편리한 상품을 찾는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심리에도 영향을 주어 매출을 견인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번뜩이는 아이디어 상품은 사람들의 생활을 한층 더 편리하게 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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