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이 추구하는 근본 취지는 '경제성장을 도모하되 자연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자'라는 것이다.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으로서 총 에너지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자원에 취약한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로서는 이러한 취지의 정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시절 "공단 하늘이 검은 연기로 가득해야 우리의 미래는 밝다"라고 한 구시대 정치 지도자의 단견에 비하면, 녹색성장의 이념은 선진국의 뉴 패러다임으로서 미래 지향적 비전인 것이다. 이제 '경제성장은 환경훼손'이라고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최근 자연환경을 이용하는 스포츠가 늘어나면서 스포츠계에도 녹색성장의 이념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즉 들이나 산, 강이나 바다에서 즐기는 스포츠의 확산은 참여자 입장에서 보면 기회의 증폭이지만 자연환경을 생각하면 염려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정비 사업은 스포츠와 의미 있는 관계에 있다. 국민 1인당 체육 시설 면적이 선진국의 40% 수준인 우리 실정에서 수변 공간을 이용한 스포츠 참여의 확대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강 유역에 레저스포츠 시설을 조성하여 세계 수준의 스포츠 문화 기반을 구축할 수 있으니 즐거움이 넘치는 열린 공간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 또한 생태 위기의 조장 가능성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스포츠 현장에서 발생하는 공해 물질과 이산화탄소의 배출에도 무관심할 수 없다. 최근 한 연구에서 밝힌 스포츠와 관련한 자연환경 및 오염 실태를 보면, 영국 국립스포츠센터는 연간 수백만 달러의 에너지를 소비하여 공기 중 약 50만t의 이산화물질을 배출시키고 2천300여 개에 달하는 캐나다의 실내링크는 매년 100만W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면서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방출하고 있다. 그리고 연소 시 12g의 탄소를 발생시키는 1회용 종이컵은 5만 관중이 하나씩 사용할 경우 경기당 30년생 원목 30그루가 사라지게 된다. 또 골프장 잔디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제초제, 살충제, 화학 비료, 스키장의 인공 눈, 빙상경기장에 사용되는 냉각제, 실내 수영장의 물 관리에 투입되는 염소, 등산 시 발생하는 쓰레기 등도 모두 생태계의 위기를 몰고 오는 요인들이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90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이 최악의 환경 올림픽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자 올림픽헌장을 수정하여 2000년 이후 올림픽 개최 희망 도시는 환경보호계획을 제출할 것을 의무화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미래지향형 스포츠는 저탄소'친환경이라고 하는 국가 비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공유라고 하는 자각이 스포츠계에도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스포츠 환경오염 및 훼손의 주체가 대부분 엘리트 집단에 집중되어 있고 피해 대상은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또 환경훼손이 스포츠 활동 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 재해라기보다는 인간의 무관심과 소홀, 자만 등에 의한 일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행정적, 법적인 조치 이전에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고 하는 근시안적 인간주의를 탈피하여 인간은 만물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하는 녹색주의 사상의 수혈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생태계를 병들게 한 주범이 바로 인간이라는 자기반성을 전제로 인간의 '생존권'과 무생물의 '존재권'이 공존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스포츠 활동의 과소비주의적인 풍토도 절제 정신과 소박함을 지향하는 겸손함으로 대치되어야 한다. 녹색성장의 근간이 덜 쓰고 덜 배출하면서 성장을 추구하자는 것이듯이, 스포츠 세계에서도 절제된 생활화가 바탕이 되어야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무분별한 국내외 각종 경기장의 건설, 스포츠 이벤트의 찬란한 개'폐회식 등은 과소비의 전형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의 병은 자기 만족을 모르는 끝없는 욕망에 의한 것이라고 한 고언(苦言)을 스포츠계에서도 곱씹을 때가 된 것이다.
김동규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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