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구 우체국 집배원
이달 15일 오후, 서대구우체국 집배원 김태락(47)씨는 비산7동 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여느 때처럼 우편배달을 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몰고 골목길을 돌던 김씨의 눈앞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화재였다. 불은 손수레에 가득 실린 파지에서 시작됐다. 3층짜리 주택의 창가 바로 앞이었다. 김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즉시 서부소방서에 신고부터 했다.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다. 옆에 있던 오토바이는 물론, 주택용 전기계량기 여러 대가 불길에 휩싸여 자칫 큰불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집주인을 불렀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맞은편 집으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급히 수돗가로 달려가 긴 호스를 연결, 불길을 향해 물을 뿌리려 했다. 그러나 연결한 호스가 짧아 역부족.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불길 쪽으로 물을 분사했다. 치솟던 불길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이내 소방차와 응급차도 화재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은 서둘러 잔불 진화에 나섰고 화재 현장은 수습됐다.
소방차 출동 경적이 요란하게 울리자 그제야 동네 사람들과 집주인도 화재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집주인은 70대 노부부로 청력이 무척 약한 상태였다. 파지는 노부부가 생활비에 보태고자 조금씩 모아 둔 것. 3층 세입자도 놀라 뛰어나왔다. "이중창문을 닫고 있으니 전혀 몰랐다. 연기가 나서 내다보니 불난리가 났고 순간 아찔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노부부와 세입자는 큰일 날 뻔했다면서 김씨에게 연거푸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서부소방서 측은 "초기 신고나 진화가 늦었다면 누전으로 인해 큰 주택화재로 번졌을 것이다. 주민들의 협조로 수월하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화재 원인은 무심코 버린 담뱃불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김씨는 20년 경력의 집배원으로 화재현장 일대에서 15년째 배달업무를 해왔다. 당일 자신의 업무를 뒤로한 채 서둘러 진화한 데는 숨은 사연이 있었다. 십수년 전, 누이의 집에 화재가 났다. 수능을 3일 앞둔 조카가 엄마를 구하러 불길에 뛰어들었다가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가족의 충격은 너무 컸다.
그 후로 김씨는 집에 소화기를 비치하는 등, 화재에 대비하는 습관이 생겼다. 집배원 일을 하면서도 가정집 창틈에서 연기나 냄새가 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확인을 한다.
김씨는 다시 현장을 봐도 섬뜩하다며 화재 예방을 강조했다. 직장과 동네에서 책임감 있고 친절한 사람으로 통하는 그는 이달 6일 집배원 20년 근속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정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고 싶고 내 집 하나 장만해 지금처럼 가족이 오순도순 사는 것이 소박한 꿈"이라고 했다.
글'사진 최영화 시민기자 chyoha618@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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