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중인 老 신부의 훈훈한 제자사랑

입력 2010-05-25 10:49:02

류강하 전 가톨릭상지대 총장 신부 장학금 기탁

아프리카 오지 케냐에서의 오랜 선교활동에서 얻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가난한 학생을 생각하는 노(老) 총장 신부의 짧은 편지가 뒤늦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가톨릭상지대는 스승의 날이었던 이달 15일 5대 총장으로 2004년까지 재임했던 류강하(71) 베드로 신부로부터 짧은 자필 편지와 함께 4천만원이라는 큰 금액의 돈을 기탁받아 노 총장 신부의 훈훈한 제자 사랑에 전체 직원들이 감동을 받았다.

이 편지글에는 "상기 금액은 본인이 학교 재직시 받은 수당 일부를 내핍하여 절약한 자원입니다. 귀교에 가난한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 편지글의 주인공 류강하 신부는 1993년 5대 총장으로 취임해 2004년까지 재임했으며 퇴임과 함께 "아프리카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은 제가 신부가 될 때부터의 꿈이었습니다. 이제 그 꿈이 이뤄져 고마운 마음으로 떠납니다"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로 선교 및 봉사활동을 떠났던 인물.

류 신부는 5년여의 선교활동을 마치고 안동으로 돌아와 생활해 오다 최근 들어 폐 조직이 굳어가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라는 병을 얻어 입원, 투병하고 있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선교자, 가난한 이들의 아름다운 이웃'으로 칭송 받고 있다.

가톨릭상지대 총장 조창래 신부는 "힘든 병마 속에서 류강하 신부님의 대학 사랑은 퇴임하신지 7년이 지난 이후에도 우리 대학과 늘 함께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며 "앞으로 우리 대학이 류 신부님이 원하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봉사정신으로 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체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 전했다.

가톨릭상지대는 장학위원회를 소집해 류 신부가 기탁한 장학금을 기탁자의 뜻에 따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류강하 신부는 196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학교 재임시절 학기마다 학과별로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는가 하면 학교 주변 쓰레기를 줍고 학생들과 어울려 찜닭을 먹는 등 자상하고 올곧은 학장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특히 지난 7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긴급조치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평소 나환자촌을 찾아가 돕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류 신부는 '가정 같은 학교, 어버이 같은 교수'라는 교육철학을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케냐 선교활동 시절에는 "케냐는 사제로서 귀하고 값진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며 한국 사제들의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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