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 70년대까지만 해도 강원도는 감자바위로 불리던 낙후지역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언제 그랬냐 싶게 달라졌다. 금요일 저녁이면 영동고속도로는 항상 만원이다.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하여 서울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강원도로 주말여행을 떠난다. 강원도 동해안에는 푸른 동해바다와 아름다운 산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싱싱한 생선회와 무공해 산채 나물은 맛도 색다를 뿐더러 무엇보다도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날 강원도를 낙후지역으로 만들었던 주요인은 불편한 교통이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험준한 대관령 고개를 굽이굽이 넘어가야 했고, 속초공항은 시설이 취약하여 사고위험을 안고 있었다. 동해안을 안전하고 빠르게 관광하고 싶었던 서울사람들의 욕구와 강원도민의 열망이 어우러져 2002년 4월 양양공항이 개항되었다. 또한 같은 해 12월 영동고속도로 대관령구간이 터널로 뻥 뚫려, 서울-강릉을 자동차로 2시간 반 만에 주행할 수 있게 되면서 비로소 강원도는 서울사람들의 휴식처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대관령터널의 개통은 양양공항의 수요를 급격히 감소시켜 불과 개항 몇 년 만에 폐쇄위기를 맞게 되었다. 약삭빠른 서울사람들이 비행기보다 편리하고 저렴한 고속도로를 선택한 탓에 양양공항은 텅 빌 수밖에 없었다. 서울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공항이 서울사람들에 의해서 '팽'당한 꼴이다. 양양공항 활성화는 통일의 그날을 기다려야할지 모르겠다.
이왕에 지방공항 얘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할까한다. 청주공항은 5공화국 초기에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한 특수임무를 띠고 출발했지만, 5공 말기에 그 프로젝트 자체가 소멸됨으로써 사생아가 되어버렸다. 최근에 충청권 활력증진을 위한 새로운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전남 무안공항은 DJ가 호남지역에 대중국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공항이다. 하지만 20~30년 후에나 필요한 일을 무리하게 서둔 탓에 텅 비어 있는 상태이다. 울진공항 또한 DJ시절 어느 실세 정치인의 정치적 야망으로 만들어졌기에 경제성을 따질 겨를도 없었다. 요즈음 일부 수도권 언론과 학자들은 이렇게 잘못 시작된 지방공항들을 사례로 거명하면서 동남권 신국제공항건설의 타당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시대를 맞이하여 영남권 1천300만 주민들과 이 지역 기업들의 생존이 달린 동남권 신국제공항은 과거 정치적으로 추진되어 실패한 군소 지방공항들과는 출발부터 다른 사안이다. '서울에 있으면 지방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다시 강원도로 돌아가 보자. 춘천에는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시장 OOO' 이란 선거홍보물이 걸려 있다. 작년 7월 서울-춘천을 1시간에 갈 수 있는 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금년 말이면 서울 용산역에서 춘천까지 40분에 달리는 복선전철이 개통될 예정이다. 수원 가는 시간과 비슷할 만큼 호반의 도시 춘천이 서울에 다가온 것이다. 원주는 춘천과 함께 강원도 영서지역의 양대 도시다. 군사도시였던 원주가 수도권 인접을 배경으로 지난 10년 동안 의료기기 산업도시로 발전하면서 참여정부시절 지정된 6개 기업도시 중 가장 탄력을 받고 있다. 영동고속도로의 주된 정체구간인 신갈-호법 구간이 내년 말 10차선으로 넓혀지면 서울에서 원주까지 1시간에 갈 수 있어 또 하나의 수도권 도시로 뜰 것이다. 춘천과 원주의 대학은 이미 서울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고, 벤처기업들로 성황을 이룰 날도 멀지 않다.
강원도 정선은 석탄경기가 사라진 후 국내유일의 내국인 카지노가 설치된 '강원랜드'가 대규모로 조성되었고, 겨울이면 스키족들로 가득 찬 관광지로 변한다. 강원도는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 겨울관광지로의 부상을 위하여 3번째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는 꼭 성공하기 바란다.
경북 북부지역은 강원도에 못지않은 수려한 경관은 물론, 선비의 고장으로 빛나는 역사문화유산과 훌륭한 인적자산을 가진 지역임에도, 오늘의 현실은 강원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경북 북부의 시장 군수들은 강원도에는 이미 흔해빠진 콘도 하나라도 유치하려고 열심히 서울을 드나든다.'더도 덜도 말고 강원도만큼만 되었으면…' 하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에 정부나 기업들도 부디 관심을 가져주기를 고대한다.
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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