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으로 대거 이동
6·2지방선거운동에 사람들이 대거 몰리면서 농번기를 맞은 농촌에서는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모내기와 밭작물 수확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일손을 구하려는 농가들이 많지만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선거판으로 '우르르'
상주 사벌면에서 3만3천㎥(1만평)의 배 농사를 짓고 있는 박오식(59)씨는 요즘 일손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박씨는 "배 적과(열매 솎기) 시기인데 하루에 30명 정도의 일손이 필요하지만 5, 6명밖에 구하지 못했다"며"사람들이 선거판에는 돈을 많이 준다며 모두 선거판으로 몰려가는 바람에 들에서 일할 사람들이 없다"고 호소했다.
상주 낙동면에서 오이와 수박농사를 짓고 있는 유영일(49)씨도 "요즘 한창 모심기가 시작된 데다 오이도 수확철인데 일손을 못 구해 아예 부부가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하고 있다"면서 "일손이 없어 고추심기가 많이 늦어졌다"고 했다.
경북지역 농가들에 따르면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일당도 올랐다. 지난해에는 하루 4만원이었지만 올해는 4만5천원으로 뛰었지만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올해는 냉해 현상으로 모내기가 예년보다 열흘가량 늦어지면서 6월 2일 선거일에 모내기가 몰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다 이번 선거에서 일부 지역의 경우 예년 선거보다 후보자들이 많아지면서 선거판에 동원되는 사람들도 더 많아졌다. 농민들은 "농사일에 바쁜 농민들 입장에서는 선거에 관심을 두기 어려운데 선거 탓에 일손마저 귀해져 선거가 '얄밉다"고 지적했다.
경북지역 한 농민은 "선거철인데다 많은 농가들이 일손을 구하고 있어 일손 구하기 경쟁이 치열하다"며 "일손돕기 창구를 마련해 저소득가구나 고령가구 위주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후보자들은 농촌 표심 잡기 고심
선거운동에 나선 후보자들도 본격적인 영농철에 선거를 해야 하는 것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상주지역 한 후보자는 "유권자들을 만나야 선거운동을 하든지, 표를 구걸하든지 하는데 사람들이 모두 모내기 현장에 가고 없는데 누구를 찾아가서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이 모내기 현장을 찾아 유세활동을 하기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예전에는 모내기를 하는 날이면 동네 주민들이 품앗이를 하면서 10여명씩 모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기계로 모내기를 하면서 유권자를 만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열심히 땀흘리며 일하고 있는 농민들을 만나 한표를 호소하는 것도 민망한 일이라는 후보자들도 많다. 농민들은 "하루에도 몇 명씩 찾아와 명함을 건네고 가지만 낯익은 사람들 외에는 도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조차 안 되고 일하는데도 방해돼 이래저래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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