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리뷰] 드래곤 길드리기 / 내 깡패같은 애인

입력 2010-05-22 07:07:12

제2의 아바타 기대 vs 박중훈표 건달 연기 '개봉 대결'

내 깡패같은 애인
내 깡패같은 애인
드래곤 길드리기
드래곤 길드리기

이번 주는 볼 만한 영화 두 편이 개봉했다. 현재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와 모처럼 박중훈의 '양아치 연기'가 일품인 '내 깡패같은 애인'이다.

통상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아동용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20대가 더 즐기는 애니메이션이 많다. '드래곤 길들이기'도 젊은 관객용 애니메이션이다. 연약한 소년이 바이킹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불멸의 드래곤 투슬리스와 친구가 되면서 바이킹의 영웅이 되는 과정을 스펙타클하게 그린 작품이다.

바이킹족의 근거지인 버크섬. 모기가 사람을 귀찮게 하듯 이 섬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마을을 습격하는 드래곤 때문에 골치다. 불을 뿜으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 통에 새집들이 많다. 바이킹족은 양들을 잡아가는 드래곤과 오랫동안 싸움을 벌였다.

족장의 아들 히컵은 허약하지만 머리가 비상한 소년이다. 그러나 덩치로 점수를 매기는 바이킹족에게는 그저 무능한 인간일 뿐이다. 드래곤과 싸우고 싶지만, 칼이나 갈고, 도끼나 수리할 뿐이다.

어느 날 자신이 개발한 무기로 가장 치명적인 드래곤 나이트 퓨어리를 잡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히컵은 상처 입은 이 드래곤에게 투슬리스라고 이름을 붙이고, 드래곤 사냥의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쿵푸 팬더'의 드림웍스 작품이다.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주인공이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해 결국 영웅이 되는 '쿵푸 팬더'의 스토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락성을 더 가미했다. '쿵푸 팬더'보다 꽤 성숙한 느낌이다. 히컵과 투슬리스가 뾰족한 섬 사이를 고공비행하는 장면은 '아바타'의 한 장면처럼 짜릿하게 해준다.

소외되고 약한 주인공이 미지의 생명체와 우정을 쌓아하는 이야기는 상당히 관습적이다. 'E.T.' 를 비롯해 숱한 애니메이션의 정형과도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드래곤 길들이기'는 적에 대한 불안감이 오해에서 시작됐다는 주제와 함께 화려한 볼거리로 진부함을 불식시키고 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영국 작가 크레시다 코웰이 2003년 펴낸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말도 제대로 걸지 못하는 소심한 소년이 사회의 편견을 깨고 영웅적인 면모를 키워간다는 교훈적인 설정과 함께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던 히컵과 아버지가 서로의 진가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히컵의 아버지 목소리는 제라드 버틀러가 연기했고, 히컵의 목소리는 캐나다 출신의 배우 제이 바루첼이 맡았다. 상영시간 98분. 전체관람가

'내 깡패같은 애인'은 잘 만들어진 로맨틱 멜로영화다. 맛깔스런 대사와 박중훈 특유의 유들유들한 양아치 이미지, 그 속에 담겨진 애틋함 등이 잘 버무려져 모처럼 접하는 구수한 밥상과도 같은 영화다.

동네 깡패 동철(박중훈)의 반지하방 옆방에 세진(정유미)이 이사온다. 세진은 최악의 구직난 속에서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보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홀대받는다.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를 불러보라"는 면접관의 주문에 독이 오를대로 올라있다. 동철은 보스 대신 감옥에 갔다 오면 뭔가 될 줄 알았지만 조직은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

둘은 말하자면 '루저'다. 동철은 항상 운동복 차림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무술 유단자들에게 얻어맞고 형사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한다. 제대로 된 면접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세진도 마찬가지다.

나이 차이도 많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이 만나면서 사사건건 부딪친다. 세진이 끙끙거리며 이삿짐을 나르지만, 동철은 도와주지는 않고 이삿짐 직원 욕만 뱉고 가버린다. 5천원을 주고 가기에 라면값을 내주나 싶지만, 미리 나온 동철은 2천500원을 내놓으라고 손을 벌린다.

이 영화는 박중훈을 위한 영화다. '우묵배미의 사랑' '투캅스' 등 그는 한때 한국영화계를 주름잡았다. 그러나 그 이후 그는 영화에서 전혀 공감을 얻지 못했다. 연기가 좋으면, 연출이 안 좋고, 제대로 된 흥행영화면 캐릭터가 좋지 않았다. 전작인 '해운대'에서도 그가 연기한 지질학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몸에 맞는 옷을 입었다.

이 영화는 코믹하면서 아기자기하고, 간결하면서 주인공들의 개성이 살아 넘치는 영화다. 신인인 김광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가능성이 엿보이는 감독이다. 상영시간 105분. 15세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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