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EBS 세계의 명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입력 2010-05-22 07:23:23

22일 오후 11시

사회적 신분 상승에 집착하는 남편과 새 인생을 찾기 위해 집을 나간 아내가 아들의 양육권을 놓고 벌이는 법정 소송을 그린 명작 휴먼 드라마다.

광고 회사에 다니는 테드(더스틴 호프만 분)는 사랑하는 아내 조안나(메릴 스트립 분)와 일곱 살인 아들 빌리(저스틴 헨리 분)와 함께 열심히 살아가는 뉴욕의 전형적인 일 중독자다. 가정까지 뒷전으로 미뤄가며 열심히 일한 덕분에 회사에서 승진을 하고 기쁜 마음에 귀가하지만 아내는 짐을 싸서 나가 버린다. 테드는 외로움과 자아를 상실해간다는 이유만으로 아들마저 내팽개치고 집을 나가버린 아내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빌리를 뒷바라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바쁜 회사 일과 집안 일을 병행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회사 업무에서도 실수를 하게 되고 직속 상관의 눈총을 받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전화가 걸려온다. 테드는 반가운 마음에 아내를 만나러 가지만 아내는 뜻밖의 얘기를 건넨다. 훌륭한 정신과 치료 덕분에 안정도 찾고, 뉴욕에 직장도 구했으니 아들을 데려가겠다는 것. 결국 둘은 법정에 서게 되는데….

영화는 이혼 이후에 제기되는 '양육권 분쟁'을 다루고 있다. 1970년대 미국 가정의 풍속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무능한 남편과 자아 찾기에 나서는 여성들의 인권신장과 맞물려 아이들은 어른들의 선택과 싸움의 결과에 따라 남은 유년 시절을 보내야 한다. 영화는 깔끔한 연출과 과감한 생략으로 본연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노출하고 있으며 덕분에 흥행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았다.

엄마 없는 아이를 키우면서 벌이는 아버지의 분투를 사실적으로 그려냈고 등장인물의 성격 묘사와 감동적인 인간관계를 잘 엮어내 가정에서 남성의 역할이 변화하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민감하게 포착한 점이 주목을 받았다.

1979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을 누르고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는데, 작품'감독'각본'남우주연(더스틴 호프만)'여우조연상(메릴 스트립)을 수상했다.

주제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한데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감독 로버트 벤튼은 우연히 공원 한 모퉁이에서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던 거리의 악사들을 보게 된다. 배우들이 연기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그들이 연주하던 비발디의 음악은 마치 이 영화를 위해 연주되고 있는 듯해 벤튼은 그 자리에서 이를 주제 음악으로 결정했다. 1979년 작, 방송 길이 109분.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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