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자 읽기] 연어 이야기

입력 2010-05-19 07:09:09

안도현 지음

#연어 이야기/안도현 지음

경북 예천 출신의 안도현 시인이 15년 전 '연어'에 이어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 이야기'를 썼다. 15년 전 눈 맑은 연어와 은빛 연어가 초록강에 세상에서 가장 장엄하고, 가장 슬픈 풍경 한 장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한 장의 풍경은 '강물 냄새'를 머금은 채 이때껏 독자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어 왔고,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풍경 하나로 다시 다가왔다.

연어 이야기는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 아래 '나'가 알을 찢고 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알을 찢고 밖으로 나가는 일을 궁리하느라 육십 일이라는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내 머릿속은 두려움과 기쁨으로 뒤엉켜 터져버릴 것 같았다. 나는 두려움을 빨아먹으며 버티고 버텼다. 그것은 공포였다. 공포가 나를 키워준 셈이다. 알에서 빠져나가는 날, 누군가 나에게 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작정이었다. 알이란, 두려움을 동그랗게 빚어 만든 말랑말랑한 구슬이라고.'

두려움이라는 작은 구술을 뚫고 나온 '나'의 앞엔 다시 은빛 연어와 눈 맑은 연어가 경험했던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은빛 연어가 누나 연어를 여의고 눈 맑은 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거슬러 오르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나'와 '너'는 사물과 사물, 사물과 나, 다시 나와 너를 잇고 있는 보이지 않는 끈에 대해, 마음이 마음을 만나는 길에 대해, 서로를 물들이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60쪽, 7천500원.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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