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현장 속으로] <7> 문경시

입력 2010-05-14 11:56:31

'녹취록 파문' 속 동정론·온정론·제3인물론 얽히고 설켜

문경은 한나라당 후보와 공천 배제된 현역 시장의 싸움 속에서 분열된 민심을 수렴하겠다는 무소속 후보들의 결전이 이뤄지고 있다. 위쪽부터 신현국, 김현호, 고재만, 임병하 후보. 서상현기자
문경은 한나라당 후보와 공천 배제된 현역 시장의 싸움 속에서 분열된 민심을 수렴하겠다는 무소속 후보들의 결전이 이뤄지고 있다. 위쪽부터 신현국, 김현호, 고재만, 임병하 후보. 서상현기자

12일 오후 문경. 문경시장 한 자리를 두고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 3인방의 4파전이 치러지는 이곳은 선거 열기가 다른 지역과 달리 이미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한 식당 주인은 "온통 선거 얘기뿐"이라며"선거가 어여(빨리) 끝나길 바라는 게 주민들 마음"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경은 이한성 국회의원이 신현국(58) 문경시장을 공천에서 배제시키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녹취록 파문'으로 민심이 흉흉했다. 신 시장에 대한 '동정론', 한나라당에 대한 '온정론', 이참에 바꿔보자는 '제3의 인물론'까지 얽히고 설켜 높은 투표율이 점쳐지고 있었다.

신 시장은 이 의원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하얀색 점퍼에 파란 이름띠를 두른 그에게 파란색의 의미를 물어보니 "잠시 당을 떠났지만 마음까지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들겨 맞을수록 지지도가 올라갔다. 지금은 한나라당의 후광효과는 없다"고 이 의원을 에둘러 겨눴다. '시민이 신현국을 구하고 신현국이 문경시를 구한다'는 현수막이 신 시장의 등 뒤에 붙어 있었다.

신 시장은 그간의 시정 성과를 적극 피력했다. 국군체육부대와 숭실대 연수원 유치, 세계군인올림픽 개최 노력, 서울대병원 연수원 설립 등을 거론하며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해달라는 여론이 많다"고 주장했다. 사과, 한우, 오미자의 대표브랜드화도 이루고 싶다고 했다. "후보 단일화의 가능성"에 대해 묻자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자구도도 좋다"고 잘랐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김현호(55) 후보는 신 시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문경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는 동정과 관계없다"고 말한 그는 "한나라당 후보가 뚜렷하지 않은 동안의 여론은 지금과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후보는'문경 대화합'을 선언하며 "870명 공무원의 좋은 두뇌와 시민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모아 문경이 잘 사는 길을 백방으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이한성 의원이 김 후보 사무실을 찾았다. 이 의원은 "쉽지는 않겠지만 적극적으로 유세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숨어있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 후보도 "신 시장의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마당에 문경에서 재선거가 일어나면 민심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라며 '화합과 안정'의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신 시장과 김 후보의 싸움에서 고재만(56)·임병하(58) 무소속 예비후보는 '3자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었다.

고 후보는 3선 문경시의원 경험을 살려 "지역 화합을 이끌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연두색 점퍼를 입은 고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기초의원 후보(김지현)가 공천을 반납한 데서부터 지역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경은 '신(평산 신씨)·고(개성 고씨)·채(인천 채씨)의 고장'이라고도 불린다. 고씨 문중이 만만치 않다.

경찰 간부후보 28기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한 임 예비후보는 김 후보에 대해 '자질론'을 제기했다. 그는 "도의원 공천에 탈락한 사람이 시장 후보로 전략공천된 것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많다"며 "문경시를 예천 사람(이한성)이 짓밟는 행위라는 여론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소지역주의를 거론했다.

네 후보는 모두 '문경 화합'을 얘기했다. 정치권력 간 해묵은 반목을 해결할 적임자로 서로 자신을 꼽았다. 그 와중에 오히려 민심이 요동쳤다. 일종의 역설이다. 이런 딜레마 속에 유권자들이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주목된다.

문경 고도현기자·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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