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꾼이 여성 보디빌딩 최고가 되었죠"
'갑빠'(가슴근육)가 웬만큼 운동한 남자 못지않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 최근 몸이 많이 부었다며 부끄러워했지만 탄탄한 몸에서 '포스'가 느껴진다. 김현정(26'대구 동천워터피아 소속)씨. 그녀는 대구에서 보디빌딩 선수로 활약하는 몇 안 되는 여성 중 한 명이다. 지난달 제23회 춘계전국보디빌딩대회 여자 일반부(52㎏ 이상)와 2010 미스터&미즈 보디빌딩 대구선발대회 여자부를 잇따라 석권하면서 이제 그녀의 이름 앞에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지금은 보디빌더지만 그녀는 한때 춤꾼이었다. 춤추는 것을 좋아해 중3 때부터 '스트리트 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학교 마치고 오후 6시부터 하루 4시간씩 매일 연습을 했죠. 주말에는 댄스 공연이나 대회에 참가하느라 정신없었죠. 진짜 춤에 빠져 있었어요. 친구들은 그때를 기억하며 제가 장래에 백댄서를 하거나 댄스학원을 차릴 것으로 생각했어요."
고2 때부터 허리에 통증이 왔다. "제 척추는 정상인보다 약간 덜 휘어진 상태였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춤추면서 허리를 돌리거나 꺾는 동작을 많이 하니까 무리가 온 거죠. 허리가 너무 아파 학교 수업도 종종 빠졌어요." 병원도 수시로 들락날락했다. 대학교(체육학과) 때 에어로빅 선수로 활동하던 그녀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허리 통증을 버텼다. 신체교정 수업시간에 교수가 그녀를 모델로 쓸 정도로 허리가 나빴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전문적으로 보디빌딩을 하면서 달라졌다. 1년 정도 몸을 만들면서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허리 통증이 싹 가셨다. 몸에 근력이 붙고 균형이 잡힌 덕분이었다. 아토피도 없어졌다.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무척 심했어요. 몸 여기저기가 간지러워 수시로 긁었어요. 땀만 나면 수포가 올라오기 일쑤였죠."
그녀는 식습관과 규칙적인 생활이 효과를 봤다고 했다. "보디빌딩에 입문하면 근육을 만들기 위해 식단을 닭가슴살과 채소, 고구마 위주로 짜거든요. 또 폭식을 하지 않고 3시간마다 소식을 합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자는 생활습관도 도움이 됐죠." 남자처럼 강해지고 싶어 시작한 보디빌딩이 지금은 건강을 책임지는 일등공신이 된 셈이다.
그녀는 헬스 강사로 활동하면서 매일 기본 3시간 이상 운동한다. 보디빌딩 대회를 앞두고 4, 5개월 전부터는 하루 5, 6시간씩 웨이트에 투자한다. "매일 운동하는 부위가 달라요. 하루 가슴을 집중적으로 훈련하면 다른 날은 등 부위, 또 다른 날은 하체 부위 등으로 운동해요. 여자이기 때문에 복근 운동은 매일 해 주죠."
어려운 점도 털어놨다. 가장 힘든 것이 음식 조절이다. "보통 대회를 앞두고 4, 5개월 전부터는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무조건 참아요. 폭식은 금물이죠. 폭식을 하면 신체가 수분을 빨아들여 몸이 탱탱 붓고 위궤양까지 올 수 있어요. 그 때문에 보통 보디빌더들은 위장약을 항상 먹죠."
그녀는 술을 안 마신 지 3년이 넘었다. 알코올은 근육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디빌더에게는 치명적이다. "사실 부모님도 제가 보디빌더 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죠. 생활에 제약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지난달 제가 대회 우승을 하자 이제는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십니다."
그녀는 보디빌딩에 대해 선입견이 많은 것이 안타깝다. 외국에는 여성 보디빌더들의 활약이 대단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여성 보디빌더를 보는 시선이 왜곡돼 있다는 것이다.
"보디빌딩은 주부가 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자신을 잘 통제한다면 결혼 전보다 운동하기가 더 수월해요. 여성호르몬이 적게 나와 근육 만들기가 더 쉽거든요. 전국대회에 나가 보면 40, 50대 여성들도 가끔 눈에 띕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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