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뽑아야 유리한데…후보들 신경전

입력 2010-05-13 11:12:06

대구시교육감 후보 등록

6·2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첫날인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기초의원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후보등록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6·2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첫날인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기초의원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후보등록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3일 오전 9시.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등록 접수처는 시교육감 후보들이 일찌감치 찾아오자,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9시 이전부터 후보자들이 몰려들어 누구 먼저 등록을 할지 추첨을 했다.

0...등록시간 전인 오전 8시 30분부터 교육감 후보 관계자들이 접수처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화기를 통해 자신의 후보에게 상황을 보고하는가 하면, 접수하는 직원도 없는 접수 책상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다. 서로 먼저 등록하려는 이유는'1번으로 접수해야 14일 치러지는 본 후보추첨에서도 첫 번째를 뽑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기대감에서다.

오전 9시쯤 선관위 접수처에 입장한 교육감 후보는 5명. 선관위 측은"9시 이전에 입장한 후보들은 모두 같은 시간에 입장한 것으로 간주하고 접수 순서를 추첨을 통해 뽑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가나다순으로 번호구슬이 들어 있는 추첨 통에 손을 넣어 등록 순서를 가렸다. 구슬을 뽑는 순서는 김선응, 신평, 우동기, 유영웅, 정만진 후보 순이었지만 추첨 결과는 우-김-유-신-정 후보 순으로 서로 달랐다.

접수 순서가 정해지자 후보자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1번을 뽑지 않은 후순위 접수 후보들이 접수 순서대로 번호 추첨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위했다. 우동기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부러운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오늘이 아니라 내일 1번을 뽑아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우 후보가 추첨 결과대로 첫 번째 접수에 나서자 대기석에 있던 다른 4명의 후보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며 긴장을 풀었다. 주요 관심사는 다음날 있을 후보 추첨 결과다. 유영웅 후보가 "오늘 꿈을 잘 꿔야 한다"고 말하자 옆 자리에 있던 정만진 후보는 "혹시 나쁜 꿈을 꿀지 몰라 오늘은 뜬 눈으로 밤을 새울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후보자들 간에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신평 후보가 접수 추첨 전에 선관위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하자 이를 지켜보던 정만진 후보는 "흡사 정치인의 모습 같다"고 꼬집었다. 정만진 후보는 특히 신평 후보가 여성 직원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한 것에 대해 "여성에겐 남자가 먼저 손 내미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먼저 손을 내밀 때만 악수해야 한다는 사실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도 나와 있는 내용 아니냐"며 신경전을 폈다.

후보자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사진 촬영을 하면서 선전과 공명선거를 다짐했다.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은 한 명씩 서둘러 선관위를 벗어났다. 대구시 전역을 돌며 얼굴을 알리려면 한시라도 지체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번에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구시교육감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