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歸化)의 사전적인 뜻은 '다른 나라의 국적을 얻어 그 나라의 국민이 되는 일'을 말한다. 요즘이야 여러 가지 목적에 따라 귀화가 잦지만 한 때 귀화는 안 좋은 뜻으로 쓰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재일교포의 일본 귀화이다. 식민통치에 따른 반일감정이 덧붙여져 이들의 귀화는 나라에 대한 배신 행위로 여겨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교류와 전쟁이 잦았기 때문에 우리 땅에서 산 이민족들이 많다. 고조선 시대 때의 위만이나 처용가의 주인공 처용 등이 이에 속한다. 또 많은 성씨가 중국에서 기원하는 것도 당시 귀화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그때는 귀화보다는 주변 상황의 변화에 따른 정착에 가깝다.
우리 역사에 족적을 남긴 귀화인 중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귀화한 김충선(金忠善)이 있다. 그는 일본의 선봉장 가토 키요마사의 장수였으나 조선에 귀화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큰 활약을 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에는 신도비와 위패를 봉안한 녹동서원이 있어 해마다 많은 일본인이 찾아 온다. 당시 함께 귀화한 김성인(金誠仁)은 함박 김씨의 시조다.
조선 인조 때 제주도에 표류한 네덜란드인 하멜의 이름은 박연이다. 그는 14년 동안 조선에 머물면서 쓴 하멜 표류기로 조선을 유럽에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표류에 이은 강제 억류여서 하멜은 조선을 탈출해 네덜란드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가장 화제가 된 귀화인은 독일 출신의 한국관광공사 사장 이참(李參)이다. 1986년 귀화한 그는 '한국을 돕겠다'는 뜻으로 이한우(李韓佑)라고 이름을 지었으나 2001년'한국사회에 참여한다'는 뜻의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과 국제 결혼이 늘면서 귀화도 급격하게 늘었다. 재미있는 것은 대개 성(姓)을 가장 평범한 김(金), 이(李), 박(朴)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위의 김충선, 김성인, 박연, 이참도 비슷하다. 청주지법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 4월까지 개명한 91명의 외국인 중 20%인 18명이 김씨로 고쳤고, 이어 이, 박, 최씨 순서였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영어 이름을 지을 때 존이나 톰같이 가장 흔한 것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흔한 성이니 주변에서도 외국인이 아니라 이웃처럼 쉽게 대해주기를 바란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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