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새 6마리 집단폐사 매몰않고 방치 냄새 진동
영천 청통면 신원리 거조암 뒤편 팔공산 자락에서 야생 멧돼지 4마리가 폐사(본지 6일자 6면 보도)한 채 3, 4일 발견됐다. 기자가 대구경북밀렵감시본부(본부장 최동춘)와 함께 8일 다시 현장을 찾았다. 야생 멧돼지가 집단 폐사한 팔공산 자락에서 8일 또다시 멧돼지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고, 다른 한 마리는 비틀거리며 산으로 달아나는 모습이 발견됐다.
그러나 팔공산 전체가 죽은 멧돼지들로 인해 엉망이었다. 영천시가 죽은 멧돼지를 묻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산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곳곳에 썩는 냄새가 진동했고 물속에서 죽은 멧돼지로 인해 계곡의 물은 심하게 오염돼 있었다.
▲잇따른 멧돼지 폐사=팔공산을 오른 지 한 시간 만에 4일 멧돼지가 폐사한 채 발견된 지점에서 서쪽으로 20여m 떨어진 6부능선 계곡에서 죽은 멧돼지 한 마리를 추가로 확인했다. 멧돼지는 계곡에 드러누워 바위 틈새에 머리를 숨긴 채 죽어 있었다. 밀렵감시단원 정유철씨는 "죽은 위치로 보아 4일 비틀거리며 산 위로 달아났던 멧돼지가 틀림없다"고 말했다.
3일 폐사한 멧돼지가 발견된 곳에서 북쪽으로 30여m 떨어진 계곡 7부능선에서는 멧돼지 한마리가 비틀거리며 산 위로 달아났다. 최동춘 대구경북밀렵감시본부장은 "먹이가 풍부한 5월에 후각이 발달한 멧돼지가 비틀거리며 달아나는 것으로 볼 때 질병에 감염된 것 같다"고 했다. 전국에 유행 중인 구제역과 관련된 것인지를 놓고 불안감이 일고 있다.
▲식수 오염, 악취 진동=이날 더운 날씨에 산을 오르다 계곡 입구에서 세수를 한 밀렵감시단원 임승호(대구 동구)씨는 한참 뒤 지난번 폐사한 멧돼지가 물속에서 썩어가는 것을 보고 속이 거북해져 생수로 다시 얼굴을 씻어냈다.
4일까지 발견된 폐사 멧돼지 4마리 모두 초여름 날씨로 급속히 부패해 팔공산 자락의 한 계곡이 온통 악취로 진동하고 있었다. 영천시가 죽은 멧돼지를 매몰 처리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멧돼지들이 땅위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4마리 중 2마리는 물속에서 썩어가고 있으며 수의사가 입다가 버린 방역복도 그대로 있었다. 계곡의 식수가 오염된 것은 물론 폐사한 멧돼지가 질병에 감염됐을 경우 병균이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밀렵감시단원들이 버려진 방역복으로 멧돼지 다리를 묶어 물 밖으로 옮겼다. 한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죽은 멧돼지를 그대로 놔두고 매몰 처리했다고 속이다니 기가 찬다"면서"식수에 병균이 감염됐다면 물을 먹거나 씻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혀를 찼다.
▲폐사 원인 미궁 속으로 빠지나?=기자는 8일 경북도 가축위생시험소에 추가로 폐사한 채 발견된 멧돼지에 대한 역학조사가 가능한지 물었다. 가축위생시험소 한 관계자는"구제역 감염 여부는 혈청검사를 통해 확인하며 부패가 진행된 멧돼지의 경우 조직 변화로 역학조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폐사한 지 적어도 하루 이내에, 그것도 혈액이 응고되기 전에 시료를 채취해야 역학조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역학조사용 혈청을 채취하기 위해선 비틀거리며 달아나는 멧돼지를 따라다니며 죽기를 기다려야 할 지경이지만 현실적으로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게 밀렵담시단원들의 얘기였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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