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이례적 점검 회의…금융권과 핫라인 재가동
그리스발 재정위기가 유럽을 거쳐 미국과 아시아 주식 시장을 강타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증시는 3일째 하락했고, 브라질은 채권 매각량을 축소했다. 한국 원화 등 아시아 통화의 가치도 약화됐다. 또 유럽 금융위기가 연쇄 국가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에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우리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럽발 금융위기 어디까지?
국제통화기금(IMF)가 그리스에 대한 3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안을 승인하면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은 현저히 낮아졌다. 유로존 각국과 IMF의 구제금융 지원이 현실화되면서 그리스가 19일 이전에 85억 유로 규모의 만기도래 국채를 무사히 상환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 덕분이다.
그러나 그리스 재정위기로 촉발된 유럽발 금융위기가 연쇄 국가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최근 유럽 재정위기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기고를 통해 "유럽 국가들은 금융 부문에서 서로 연계돼 있고,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에서 조달하는 자금은 전체 차입의 90%를 차지한다"며"그리스 등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심화해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하면 서유럽국가들이 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대외채무가 많은 동유럽 국가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EU 회원국 중 경제규모가 큰 영국의 재정위기 문제도 심각해,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확산하면 영국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 연구위원은"EU 집행위는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5년(4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아진 8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영국의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도 대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회복 가능성에 무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휴일인 9일 이례적으로 긴급 경제·금융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남유럽 재정위기의 국내 경제 영향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위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고 금융권과 핫라인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또 국제적인 불안감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G20(주요 20개국) 재무차관 간에 전화 회의를 열어 입장을 표명하는 등 국제 공조도 주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남유럽 국가의 위기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입 등 교역량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높아진 국내시장의 신뢰도를 감안하면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 그러나 뉴욕증시가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커 단기적으로는 시장 불안이 계속될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럽 등 각국 정부의 구체적 해결책이 제시되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유럽중앙은행이 필요하다면 문제가 되는 국가의 국채를 매입한다면 시장이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 국의 이해관계와 금융시장 규제안이 얽혀있어 신중해야한다는 의견도 많다. 현대증권 이상원 수석연구원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서유럽 경제로 확산되지 않는 한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의 회복추세는 계속되겠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동성 환수 시도가 국내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현기자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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