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야마의 한일 이야기] 드라마가 만드는 한일 관계

입력 2010-05-08 07:34:16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는 일본의 아키타시(秋田市)를 바꾸었다. 작년 가을 '아이리스'가 방영되기 전 아키타-서울 항공편은 탑승률이 낮아 노선 폐지가 검토되었다. 그러나 드라마가 방송된 후 촬영지인 아키타에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방문하게 되고, 아키타-서울은 황금노선이 되었다. 무대의 하나인 다자와호(湖)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지난해에 비해 다섯 배 이상 늘었다. 이러한 현상을 일본 언론은 일본에 한류를 불러일으킨 '겨울 연가'의 반대 열풍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동북 지방에 있는 아키타는 원래 호수와 온천으로 알려진 곳이다. 일본 3대 미인의 하나인 아키타 미인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키타 여성의 희고 아름다운 피부는 짧은 일조량 때문이라고도 하고 코카서스 계통의 피가 섞여 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4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관광을 위해 일부러 아키타를 방문하는 일본인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에서 아키타로 관광을 오는 사람이 늘었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많은 일본인을 놀라게 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진 아키타에서는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도 늘고, 새로운 한국 붐이 일고 있다. 아키타시 관광협회는 한국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예년보다 2주 정도 일찍 눈으로 움집을 짓고 드라마의 풍경을 재현했다. 또 자원 봉사 관광 안내원에게 한국어 연수를 실시하고 있는 단체도 있으며, 종업원에게 한국어 강좌를 여는 숙박시설도 있다. 한국인과 친분을 쌓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는 한일 역사에 새로운 현상으로 기록될 것이다.

 일본에서 처음 '겨울 연가'가 방영되었을 때 많은 일본인 여성들이 촬영지 춘천과 남이섬을 찾았다. 2004년에 춘천을 방문한 사람은 전년에 비해 22% 증가했다고 한다. 드라마 속의 배용준과 남이섬의 아름다운 풍경, 한국어의 울림에 마음을 뺏긴 일본인 여성들은 실제로 한국을 방문했다. 만약 그녀들의 열광이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 그쳤다면, 한류 열풍은 이 정도로까지 침투되지 않았을 것이다. 곧이어서 일본 전체가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한국의 음식과 언어, 문화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정치나 역사와는 다른 차원에서 한국을 바라보고, 체험하고, 한국에 사로잡혔다. 그녀들의 한국 방문은 정치인들이 한일 우호를 백번 호소하는 것보다 설득력이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은 역사와 정치에 가로막혀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그러나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일본에서의 '겨울 연가' 붐을 거치면서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제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끼면서 그 나라를 알아 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아키타를 방문한 한국인은 무엇을 느끼고 돌아갈까. 실제로 일본을 방문해 보고 느낌으로써 진한 일본의 모습을 알게 될 것이다. TV화면에 비추어지는 만들어진 이야기와는 다른 진정한 드라마가 거기에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에서 돌아온 지 1년 이상이 지났다. 지금 돌이켜보면, 한국에서의 나의 생활은 극적인 사건의 연속이었다. 일본에서는 보통의 일반 시민으로 파묻혀 살았던 내가, 한국에서는 외국인으로 생활하게 되었다. 외국인으로서 불편을 느끼고 불쾌한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공유하는 소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만약 일본에서 브라운관으로만 한국을 보고 있었다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금처럼 나의 삶에 깊게 관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나에게 한국은 삶의 일부가 되어 있다.

 한일 간의 새로운 드라마는 어떻게 전개되어 갈까. 오랜 역사를 거쳐 두 나라를 새롭게 연결해가는 드라마를 지금 눈앞에 보고 있다. 그 주인공이 우리 자신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여 직접 그 나라를 바라보기 바란다. 무엇이 좋고 다른가를 알게 될 것이다. 한일 간의 역사가 하나의 드라마라고 하면 지금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많은 시련을 겪어 온 두 나라의 관계가 드라마의 해디엔딩처럼 좋은 전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요코야마 유카·일본 도호쿠대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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