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어버이날

입력 2010-05-08 07:34:47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매일 가슴 뭉클한 사연을 이메일로 전해주는 '사랑밭편지'의 7일자 사연을 소개한다.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던 센코 마사키 씨의 이야기다. 딸을 시집보내기 직전 그는 딸의 심부름으로 수리를 맡긴 결혼반지를 찾으러 갔다. 딸은 "그 반지가 신랑집의 가보(家寶)이므로 특별히 조심해야 하며 없어지면 결혼을 못 할지도 모른다"고 엄마에게 부담을 지웠다. 최근 가족보다 남편 될 사람만 더 챙기는 딸의 마음에 속이 좀 상하기도 했지만 딸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바라며 손수 운전을 하고 가 반지를 찾았다. 그런데 돌아오던 길에 그만 대형 버스가 순식간에 마사키 씨의 차를 덮쳤다. 그의 차는 불타 버렸고 딸은 잿더미가 되다시피한 엄마 시신 앞에서 통곡했다. 그때 부검의가 다가와 엄마가 찾아오던 반지를 건넸다. 불 속에서는 타 버리는 속성을 가진 다이아몬드가 긁힌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부검의는 반지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죽어가는 순간에도 딸의 결혼반지와 행복을 지키기 위해 반지를 삼켰던 것.

어머니의 애틋한 자식 사랑 얘기는 2002년 제작된 한국 영화 '공공의 적'에도 나온다. 아버지의 돈을 빌리려다 거절당한 아들이 비 오는 날 밤 복면을 쓰고 집으로 찾아가 부모님을 잔인하게 살해한다. 흉기에 찔려 죽어가는 순간 아들의 얼굴을 봐 버린 어머니는 흉기를 휘두르다 잘려 나간 아들의 손톱을 삼켜 버린다. 그가 범인임을 숨기기 위해.

부모님의 자식 사랑은 이처럼 끝이 없는데 자식들의 부모님에 대한 효도는 날이 갈수록 퇴색한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공부하고, 취직하고, 결혼하면서도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심지어 패륜 범죄마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오늘(8일)은 어버이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 어머니날이 제정됐고 이후 아버지의 은혜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평소 부모님께 무신경했다면 오늘만이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보자. 번듯한 선물이 아니어도 좋다. 어깨라도 주물러 드리자. 공부 핑계로 손자들과 부모님 대면 시간을 줄였다면 오늘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들 모습을 제대로 보여 드리자. 아니면 낳아 주고 키워 주셔서 고맙다는 글 몇 줄이라도 적어 손에 쥐여 드리는 것은 어떨까.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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