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평일결혼 어때요?
본격적인 결혼시즌을 맞아 청첩장이 답지하고 있다. 가득이나 행사가 많은 5월, 결혼식까지 겹쳐 주말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국의 결혼문화가 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만큼 천편일률적으로 결혼을 하는 나라는 없다.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 듯 결혼식이 진행된다. 특히 손 없는 주말을 고집하는 결혼 문화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오래전부터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여전히 대세는 주말 결혼이다. 하지만 최근 결혼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수많은 하객들로 북새통이 되기 일쑤인 주말 결혼을 피해 여유롭게 평일 예식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몰고 온 변화
금요일 저녁(오후 6시 이후)에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들이 많아졌다. 평일 결혼의 90% 이상이 금요일 저녁에 진행될 정도다.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주말계획을 따로 잡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호텔 인터불고 대구의 경우 지난 4월 16일 금요일 저녁에 결혼식이 열린데 이어 6월 25일에도 금요일 저녁 결혼식이 한 건 예약돼 있다. 대구그랜드호텔에서도 매월 평균 1, 2건 정도 금요일 야간 웨딩이 열리고 있다.
정봉명 대구그랜드호텔 예약실 과장은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일요일에 몰려있던 예식이 토요일로 분산되더니 급기야 금요일 저녁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목요일 저녁 결혼도 보편화되고 있다. 서울의 결혼문화가 대구에 상륙하기까지 시차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몇년 후에는 대구에도 평일 결혼이 일반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일 결혼 어떤 사람들이 하나
남의 이목을 덜 받고 싶어하는 유명인을 꼽을 수 있다. 최근 결혼한 연예인 가운데 평일에 결혼한 커플은 타블로·강혜정 부부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베일리하우스에서 가족, 친지 및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결혼식을 가졌다.
2007년 5월 결혼한 손미나 전 KBS아나운서도 평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는 결혼식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5월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 주말 나들이 가는 사람들이 많다. 저도 주말 청첩장을 받고 계획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한 적이 많았다. 하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 날짜를 평일로 잡았다"고 했다.
외국처럼 파티식 결혼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평일 결혼을 선호하고 있다. 대구의 웨딩홀업체 오월의 정원에 10월 1일 결혼식을 예약한 예비 신부의 직업은 살사댄서다. 하객들과 함께 춤을 추고 몇시간 동안 만찬을 즐기기 위해 평일을 선택했다고 한다.
또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집안일수록 평일 결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식 비용이 비싼 고급호텔에서 평일 결혼이 상대적으로 많이 열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전체 결혼식의 10% 정도가 평일 결혼식으로 채워지는 호텔 인터불고 대구의 경우 컨벤션홀 1인당 식사비는 7만원으로 웬만한 결혼식장 식사비 3배에 이른다. 반면 1인당 식사비가 2만원선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수성구의 A웨딩과 B웨딩은 올 해 한 건의 평일 결혼식도 열리지 않았다. A웨딩 관계자는 "4일 현재 예약된 평일 결혼식도 없다. 평일 결혼식의 경우 일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할 정도로 희귀하다"고 말했다.
경제력과 평일 결혼의 상관관계는 서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몇년 전 발표된 한 자료에 따르면 하객 한명당 식사비가 최저 5만원인 서울 강남구 ㄹ예식장은 결혼식의 40%, 서울 서초구 ㅁ호텔(식사비 최저 9만원)은 35%가 평일에 치뤄졌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송파구 ㅇ호텔(식사비 3만4천원)은 평일 예식이 10% 미만에 그쳤다.
같은해 결혼컨설팅업체 듀오웨드가 평일 결혼식 112건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71.4%인 80건의 결혼식이 하객 1인당 4만원 이상의 식사 비용이 드는 특급호텔에서 열렸다. 이는 주말과 공휴일에 치뤄진 결혼식에서 같은 비용이 든 비율(26.6%)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대해 웨딩업체 관계자들은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이들이 한 시간 단위로 정신없이 진행되는 주말 결혼식보다 한가한 평일 결혼식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결혼식장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평일에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결혼식이 봄, 가을 주말에 집중돼다 보니 웬만한 결혼식장은 몇개월 전 예약이 마감되기 때문에 조금만 지체하면 결혼식장을 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5월 4일(월) 결혼한 김은수(35·여·대구시 수성수 수성1가)씨는 "선본 지 두 달만에 양가 어르신들이 결혼 날짜를 잡는 바람에 백방으로 예식장소를 찾아 다녔지만 모두 예약이 다 된 상태였다. 결혼 날짜를 연기하는 것도 생각했었는데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라는 어르신들의 성화에 못이겨 평일에 결혼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평일 결혼의 혜택
하객과 혼주 모두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로운 결혼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1시간 간격으로 결혼식이 열리는 주말과 달리 평일에는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가 거의 없어 예식시간이 넉넉히 주어지기 때문이다. 호텔 인터불고 대구의 경우 평일 컨벤션홀을 사용하면 반나절을 예식시간으로 제공한다. 오월의 정원은 평일 결혼의 경우 주말 결혼의 두 배인 1시간 30분~2시간 정도의 예식시간을 준다.
많은 웨딩업체가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평일에 결혼식장을 통째로 놀려야 하는 웨딩업체 입장에서는 평일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이 단비 같이 고마운 존재다. 서비스 질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호텔 인터불고 대구와 대구그랜드호텔은 신혼부부에게 객실을 무료로 제공하고 예식비 일부를 깎아준다. 웨딩알리앙스에서는 예식비 자체가 무료이며 웨딩촬영전문스튜디오 대구결만사도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예식장과 시간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고 주차난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평일 결혼이 주는 혜택 중 하나다.
김은수씨는 "평일에 결혼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마치 예식장을 전세낸 듯한 기분으로 결혼식을 치뤘다. 시간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하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올 수 있도록 12시에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을 떠난 제주도에서도 여유롭게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불가피하게 평일 결혼을 했지만 하고 보니 장점이 더 많았다"고 했다.
◆평일 결혼의 걸림돌
평일 결혼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업무 시간을 쪼개 결혼식장을 방문해야 하는 하객들에게 평일 결혼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주말에 결혼식이 집중돼 있다 보니 신혼여행 상품도 대부분 주말 출발에 맞춰져 있어 평일 결혼을 할 경우 간혹 신혼여행 출발이 늦어질 수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패키지 신혼여행 상품의 경우 모객이 되지 않으면 출발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 이럴 때는 패키지가 아니라 단독으로 신혼여행을 갈 수 있는데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 흠이다"고 설명했다.
◆결혼 문화를 바꾸자
평일 결혼이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결혼식의 대부분은 주말에 열린다. 주말 결혼이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조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준 만큼 받아야 하고 하객이 많을수록 위신이 선다는 생각에 주말을 선호한다는 것.
박완기 호텔 인터불고 대구 마케팅팀 차장은 "축의금을 받지 않고 꼭 필요한 사람만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결혼문화가 상류층을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축의금과 하객 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한국의 결혼 문화가 선뜻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혜 오월의 정원 예약실 차장은 "결혼식장 예약을 위해 방문한 예비 신혼부부들을 상담해 보면 평일 결혼에 우호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평일 결혼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어른들이 탐탁스럽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혼문화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오월의 정원은 평일 결혼문화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월의 정원은 평일 결혼식을 장려하기 위해 특별한 결혼상품도 마련해 두고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 또는 뮤지컬 공연 등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식사도 뷔페 대신 한정식프리미엄메뉴를 즐길 수 있다. 한정식프리미엄메뉴는 뷔페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계절에 맞는 한정식을 코스별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음식 준비에 손이 많기 가기 때문에 결혼식이 많이 열리는 주말 낮시간에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젓가락 발언'에 이재명 입 열었다…"입에 올릴 수 없는 혐오, 부끄럽다"
대구 찾은 이석연 민주당 선대위원장 "이재명 뭐 잘못했길래 이렇게 푸대접 하나"
김문수+이준석 50.7%〉이재명 46.5%…거세지는 보수 단일화 요구
이준석 "추락만 남은 김문수…나만 이재명 잡는다" 단일화 데드라인 D-1 빨간불
"文 욕보였다" "반역"…'김문수 지지' 이낙연에 민주 맹비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