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춥더니 오늘은 더워∼ 수상한 날씨 변덕

입력 2010-05-08 07:59:08

지구촌 이상기후

최근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눈이 내리는 등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났으나 이달 접어들면서 갑작스레 30℃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최근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눈이 내리는 등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났으나 이달 접어들면서 갑작스레 30℃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직장인 김성훈(36)씨는 요즘 날씨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1주일 전만 해도 날씨가 서늘해 "도대체 따뜻한 봄은 언제 오냐"고 푸념했는데, 며칠 전부터는 30℃가 넘는 낮 기온에 "너무 덥다"고 불평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년 같으면 4월부터 기온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해 이맘 때가 지나야 더위를 느꼈는데 올해는 너무 갑작스럽게 기후가 바뀌어 당황스럽다"며 "겨울에서 봄을 건너뛰고 곧바로 여름을 맞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요즘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 한동안 비가 많이 내리고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는 이상저온이 기승을 부리더니 며칠 만에 무더위로 바뀌었다. 날씨가 도대체 왜 이런 걸까. 흔히 말하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이상기후로 해석할 수 있을까.

◆갈 지(之)자 행보하는 날씨

최근 날씨를 보면 오르내림이 크다. 며칠 전에는 6월에나 나타날 법한 더위가 맹위를 떨쳤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이달 4일 낮 최고기온이 대구 30.6도, 포항 31도, 구미 30.5도, 영천 30.9도, 의성 30.7도 등 대구경북 대부분 지역이 30도를 넘었다. 3일에도 낮 최고기온이 대구 29.8도, 구미 31.5도, 포항 30.1도 등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늦겨울 추위에 궂은 날씨가 겹쳐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대구의 낮 최고기온 평균은 17.0도로 최근 몇 년 같은 달 평균인 20도 내외와 비교했을 때 3, 4도가량 낮았다. 3월에도 대구의 낮 최고기온 평균은 11.1도로 과거 같은 달 평균(14~15도)에 비해 3, 4도가량 낮게 나타났다. 올해 3, 4월은 구름이 잔뜩 끼거나 눈·비가 오는 날도 많았다. 올해 대구의 3, 4월 일조시간을 보면 각각 120.0시간, 156.7시간으로 과거 200시간이 넘는 것과 비교해 상당히 적었다.

특히 3, 4월의 이상저온 현상은 최근 몇 년 사이 이어오던 기온 상승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3월 대구의 최고기온 평균은 2006년 14.1도에서 2009년 14.5도로 꾸준히 상승했다. 4월에도 2006년 19.1도에서 2009년 21.9도로 올랐다. 올해 기록한 3, 4월 최고기온 평균인 11.1도와 17.0도는 지난 몇 년의 기온 상승과는 맞지 않는다.

대구기상대는 차가운 북쪽 기류와 따뜻한 남쪽 기류가 번갈아가며 우리나라 상공에 자리하는데 올해 특히 그런 경향이 심해 날씨 변덕이 생겼다고 했다. 대구기상대 강길봉 예보관은 "북극 주변의 장기간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차가운 기류가 남쪽으로 밀려났고 그것이 하나의 벨트를 형성했다. 한반도 북쪽의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 벨트의 영향을 받아 많이 차가워졌고 그 영향으로 4월에도 겨울 날씨를 보였다. 그러다 일본 남쪽의 고온 기류가 서해상으로 올라오면서 바로 교체가 돼 기온 차가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최근 발생하는 이상기후를 놓고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에서는 인간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 현상 탓으로 해석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지구온난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근의 저온현상처럼 이상기후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해석했다. 지구 대기는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짧은 시간에 급격한 변동을 일으키는데 여기에 인간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더해지면서 변동폭이 더욱 커졌고, 그에 따라 극단적인 이상기후와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상청 박정규 기후과학국장은 "최근 세계 곳곳에 나타난 한파와 폭설, 폭우 등은 일시적인 '북극의 이상 고온 현상'과 '엘니뇨'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보인다"며 "북극 한기가 동아시아와 유럽, 북미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이상한파가 나타나고, 남하한 차가운 공기덩어리가 많은 수증기를 만들어내 폭설이 잦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상당수 기상학자들은 최근 세계 곳곳에 발생한 이상기후 현상은 단순히 지구온난화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영남대 환경공학과 백성옥 교수는 "지구 역사를 봤을 때 과거에도 지금보다 훨씬 심한 온도 상승이 있었다"며 "세계적 석학들도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단순히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의 과다 배출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상저온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라며 "예를 들어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으로 화산 폭발이나 산불이 잦았는데 그때 발생한 대규모 에어로졸(Aerosol, 지구 대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이 태양에너지를 가려 지금처럼 저온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서경환 교수도 "최근의 저온현상은 지구온난화의 반작용으로 발생했을 수도 있다. 이는 인공적인 것이 아니고 자연 변동성의 일부로 여길 수도 있다"며 "북극에서의 진동이나 환경 자체가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해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구온난화가 흔들린다

인간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는 최근 기후를 설명하는 데 절대적인 진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세계 과학계의 논란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단지 지구의 온도가 상승한다는 명백한 사실 앞에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들이 기를 못 폈을 뿐이다.

그러다 기후 연구 과학자들이 관찰 결과를 왜곡했다는 이른바 '기후게이트'와 '빙하게이트'가 연달아 터지면서 지구온난화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영국의 대표적인 기후변화연구소인 이스트 앵글리아대 기후연구센터 서버가 해킹 당해 지난 10여년간의 연구 자료와 이 연구센터 소속 학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등 1천여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가운데 필 존스 기후변화연구소장의 이메일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존스의 이메일 중 "동료 과학자들이 지난 20년간의 기후자료에 가짜 온도를 더하는 '계책'(trick)을 써서 지구의 기온 하락 현상을 감췄다"는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존스 소장은 "계책이란 '현명한 조치'라는 뜻을 가진 구어체 용어일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또 올 1월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에서는 '히말라야 빙하가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던 2007년 보고서의 내용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빙하게이트'라 불리는 이 사건은 1999년 당시 인도의 빙하학자 시에드 하스나인이 "향후 40~50년이면 히말라야 중부와 동부에 있는 모든 빙하가 소멸할 수 있다"고 말한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빙하 소멸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계속됐고 결국 '빙하게이트'로 확대됐다.

지구온난화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과학자가 온난화 이론에 대한 비판 대열에 가세하기도 했다. '기후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필 존스 소장은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5년간 온난화라고 할 만한 심각한 수준의 기온 상승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통계적으로 볼 때 1995년에서 2010년 사이에 주목할 만한 기온의 상승은 없었다"며 "오히려 2002년부터 2009년 사이엔 0.09도 정도 기온이 내려갔다"고 밝혔다.

한 지역대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보편화한 것은 다양한 기상 현상을 해석하기에 편리한 데다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줘 에너지를 절감하는 등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단순히 몇십년간의 데이터만으로 지구온난화를 단정짓는 것은 중대한 결함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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