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 다시 꽃피다…FA 악재 딛고 연일 '불방망이'

입력 2010-05-07 10:44:49

'4월의 MVP'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는 설움과 불안함으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으나 박한이에게 눈길을 준 구단은 없었다. 결국 떠밀리듯 삼성과 재계약을 했지만 자존심에는 금이 갔다. 또 하나의 악재가 닥쳤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도입한 12초룰은 프로 데뷔 이후 9년간 이어온 독특한 타격 의식과의 결별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시즌 초반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며 벤치를 지켜야 했다.

박한이는 그러나 이런 악재를 극복하고 봄꽃을 피웠다. 5일 대구 야구 기자단 투표에서 4월 MVP(타율 0.349, 안타 29개, 타점 19점)로 뽑힌 박한이는 이날 보란 듯 4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시즌 처음으로 수위 타자(타율 0.364)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불방망이는 6일에도 이어졌다. 롯데와의 시즌 3차전에서 삼성이 때려낸 5개의 안타 중 3개를 혼자 책임졌다. 박한이는 타율을 0.382까지 끌어올리며 2위 롯데 이대호(0.358)와의 간격을 더욱 벌렸다. 장타율(0.618. 1위)과 출루율을 합한 OPS는 무려 1.088(1위)이다. 안타 39개(4위), 2루타 9개(5위), 홈런 5개(8위), 타점 21점(10위)으로 공격 대부분에서 '톱 10' 성적을 내고 있다.

박한이는 "FA에서 인정받지 못한 후 되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나간 일을 되돌리며 한숨짓기보다 밝게 열릴 앞길을 향해 달려가자 마음을 다잡았다. 그를 다잡은 건 가정이었다. 지난해 12월 배우 조명진과 결혼한 박한이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한번도 거르지 않고 아내가 직접 밥상을 차려준다"며 "아내의 내조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가져다주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했다. 더욱이 최근 아내의 임신으로 아빠가 된다는 책임감도 그의 방망이를 더욱 매섭게 하고 있다.

박한이가 전지훈련 때 가장 신경을 쏟은 건 타석에 들어선 후 장갑을 조이고 스파이크로 땅을 고른 후 헬멧을 고쳐 쓰고 방망이로 홈플레이트에 선을 긋는 타격 의식의 변화였다. 간단히 방망이로 선을 긋는 선에서 타격 준비 과정을 마치도록 노력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주자가 없을 땐 더욱 각별히 주의를 하지만 박빙의 승부 땐 어쩔 수 없이 몸에 밴 습관이 나오곤 합니다."

올 시즌 타이틀 욕심보다는 팀의 우승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남고 싶다는 박한이는 개인적 목표를 두 자릿수 홈런과 장타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6일 경기에서 삼성은 선발 크루세타의 난조와 타선의 침묵 속에 롯데에 2대6으로 패했다. 삼성은 롯데 선발 우완 송승준에 대비해 1번부터 6번까지 좌타자를 기용했지만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3~5번은 12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크루세타는 2회 10명의 타자에게 안타 5개, 볼넷 2개, 폭투 2개로 4실점 하며 믿음을 주지 못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프로야구 전적(6일)

롯 데 040 000 200 - 6

삼 성 000 020 000 - 2

△승리투수=송승준(3승3패) △패전투수=크루세타(3승4패)

두산 14-4 LG

넥센 13-4 SK

KIA 3-2 한화

◇7일 선발투수

구장 팀 선발투수

대구 삼 성 배영수

S K 글로버

잠실 L G 박명환

K I A 양현종

목동 넥 센 배힘찬

한 화 카페얀

사직 롯 데 조정훈

두 산 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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