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장점으로 '신뢰의 리더십'을 꼽는 이가 많다. 솔직함이 변화와 희망을 만들 수 있다며 미국인들은 그를 지도자로 선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고교 시절 마약 복용을 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상대 후보가 이를 공격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에는 음주와 마약에 빠져 있는 많은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들이 있다. 그들에게 고교 시절에 마약을 복용했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나면 미국 연방상원의원도 되고 대통령 후보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바로 나 오바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적어도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솔직하려고 노력했다. 그냥 판박이식 대답을 해도 될 뻔한 질문에도 정직하지 못하다는 마음의 찜찜함을 벗어나려고 했다. 불필요한 군말이 많아졌고 군말은 또 다른 불씨를 낳았다. 그 결과 반대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해 만신창이로 물러났지만 어쨌든 그는 솔직하다는 평가로 대통령이 됐었다. 미국이나 우리나 국민들은 솔직한 지도자를 바란 것이다.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국가 정책에서부터 자치단체의 크고 작은 인허가 과정에까지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페어플레이가 생명인 스포츠 경기에도 심판의 판정을 둘러싼 시비는 계속된다. 종교 지도자들끼리도 의혹의 싸움을 벌이고 검찰과 경찰에게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수사를 벌이면 왜 하필 이 시점에 하느냐는 의심부터 한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으면 여당은 무조건 지지하고 야당은 또 무조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
편파 시비는 판정을 경기의 일부라고 인정할 때 해결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독이나 선수, 관중들까지 판정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공무원의 자율성과 능동적인 일 처리를 요구하지만 행정의 유연성은 곧 의혹의 대상으로 지목된다. 그래서 실무 공무원들은 아예 능동적인 자세를 버리고 규정에 얽매인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
천안함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의혹은 난무했다. 초기 허둥대는 군의 발표는 온갖 의혹을 낳았다. 조금이라도 허술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의혹과 유언비어가 함께 등장했다. 부족한 정보에 군의 조직과 구조를 제대로 모르면서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지방선거 정당 공천 과정에서도 의혹과 유언비어가 끊이지 않았다. 밀실공천 돈공천 사천 따위의 말이 난무했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쉽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낙천자들의 하소연이 더 화제가 됐다. 그러나 숱한 의혹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의혹 공방만 무성했다. 유권자들의 호기심만 자극, 선거에의 무관심을 부르고 있다는 비판이 많지만 어쨌든 한 달 뒤 지방선거는 치러지게 된다.
신뢰와 불신은 반대되는 개념이다. 신뢰는 좋은 것, 불신은 나쁜 것으로도 지적된다. 그러나 불신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긍정의 결과를 도출하는 힘이기도 하다. 의문과 의심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들이 양산하고 있는 의혹과 불신의 늪은 미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한다.
일단 의심부터 하는 불신의 풍조는 정경유착과 절대적 권력구조 등 과거 역사의 산물일 수 있다. 의혹은 역사와 함께한다. 게다가 현재는 철저한 분업의 사회다. 서로의 역할이 다르다. 분업의 효과는 화합과 소통에서 비롯된다. 다른 부분과 소통하지 못하면 전체 톱니는 돌아갈 수 없다. 불신의 원인 제공은 결국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솔직하고 정당하지 못한 때문이다. 억지 주장도 가세한다. 일반 시민들도 불신의 의혹을 키우고 즐긴다.
그러나 카더라식의 호기심과 불신의 장벽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불신의 장벽을 깨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거짓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불신의 사회를 바꾸려면 가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소통의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남을 이해하고 남을 이해할 수 있는 눈과 귀를 길러줘야 한다. 솔직하고 정직한 마음을 가르쳐야 한다. 불신시대의 조건을 우리 스스로 불살라 버려야 한다.
徐泳瓘 논설실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