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마을어르신들 자서전 펴냈다

입력 2010-05-06 10:23:12

구미 선산고교 독서토론동아리 학생들이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의 인생을 담은 책,
구미 선산고교 독서토론동아리 학생들이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의 인생을 담은 책, '삶, 바라보기'를 최근 펴냈다.
인생 이야기가 담긴 책을 펴낸 것을 계기로 서로 인연을 맺은 김금희 할머니와 선산고교 학생들.
인생 이야기가 담긴 책을 펴낸 것을 계기로 서로 인연을 맺은 김금희 할머니와 선산고교 학생들.

고교생이 마을노인들 자서전 펴냈다

"농촌에서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노인의 한평생 이야기를 담아 책으로 만들었다니 그저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지요."

구미시 선산읍에 사는 할머니 7명은 최근 구미시 선산고등학교 학생들에게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자신들의 인생 역정이 담긴 책 한권씩을 받은 할머니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 책들엔 선산고교 독서토론동아리(지도교사 서현주) 학생 20여명이 지역에 사는 할머니 7명에게서 인생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 기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자서전 형식인 각 책의 분량은 80쪽가량이다.

'삶, 바라보기'라는 제목의 이 책들에는 할머니들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들이 녹아들어 있다. 할머니들이 태어났던 1930년대 궁핍한 생활상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후 청소년시절, 전쟁과 피란 생활, 결혼과 출산의 고통 등 삶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 유신과 5공화국 출범, 농촌의 생활환경을 바꿔놓은 새마을 운동, 외환위기를 극복한 자랑스런 아들의 이야기, 소중한 가족 이야기, 50년 된 재봉틀, 노인대학에 다니면서 얻은 행복 등의 내용도 소개돼 있다.

선산고교 독서토론동아리는 지난해 9월 마을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펴내기로 결심했다. 동아리 회원 20명은 3, 4명으로 팀을 이뤄 수차례 노인들을 찾아뵙고 말동무와 청소·안마 등 봉사활동을 하면서 친분을 쌓아갔다. 이후 학생들은 본격적인 취재를 통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녹음기와 캠코더에 담은 뒤 의미 있는 내용을 간추려 정리하고, 낡은 사진과 자료를 추가해 책을 출간했다. 이 학교는 올해도 예산을 확보해 2집을 펴낼 계획이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할머니들의 자서전을 만드는 게 오히려 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부담감도 많았다"며 "할머니들의 친절하고 재치 있는 입담이 긴장을 풀어줘 즐겁게 책을 썼다"고 말했다. 또 "힘들고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교시절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선산고교 장재성 교감은 "학생들은 지난 겨울방학 1개월 동안 수차례 어르신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면서 경로효친에 대한 마음을 갖게 됐다"며 "책에서만 배웠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할머니들에게서 직접 들으면서 우리 역사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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