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풍경과 함께] 중국 베이징

입력 2010-05-06 10:28:34

영원한 수도, 그 찬란한 문명에 가슴 뛰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지인들로부터 중국을 여행하려면 어느 곳이 가장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실 여행이란 목적이나 개인적 취향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결정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관광 차원이고 중국 여행 경험이 없다면 단연코 베이징을 추천한다.

여기도 꼼꼼히 여행하려면 한 달로도 모자라지만, 3박 4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가볍게 여행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하루는 만리장성과 용경협 등을 관광하고, 또 자금성과 이화원 그리고 천단공원 등 베이징 시내 문화유적지에다 요즘은 올림픽 경기장 주변도 많은 관광객들이 둘러보는 코스가 됐다고 하니 하루 관광을 알차게 할 수 있다.

비행기로도 2시간 남짓 걸리므로 시간에 대한 부담도 적다. 대구에서 베이징으로 바로 가는 노선이 있어 여행하기가 훨씬 편해졌다. 나는 대구뿐만 아니라 인천, 부산 등을 통해서도 수차례 베이징을 여행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대구서 출발하는 항공 요금이 꽤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시기를 비수기에 잘 맞추면 저렴한 항공요금으로 다녀올 수 있다. 과거에는 수도공항을 통해 출입국했지만 이제 국제선은 대부분 수도공항 바로 옆에 지은 신공항으로 출입국을 하며, 그 규모는 엄청나게 크다.

베이징은 이제 세계에서 그 지위를 확고히 굳힌 거대한 대국의 수도이며 춘추전국시대 이후 북방을 포함한 전국의 정치, 문화, 교통의 중심지로 발전해 온 다양한 고대 유적지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이다. 고대 유적들은 대부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대단한 건축물이거나 유물들로,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이 벌어지게 만든다.

덤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엄청나게 이룬 발전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현대적이고 예술적인 건축물들이 걸음과 시선을 자꾸 붙잡는다. 천안문 광장을 지나 양쪽으로 넓게 뻗은 대로변에 끝없이 이어진 다양한 형태의 고층빌딩들이 즐비하며, 야간에는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관광객들을 취하게 만든다.

대구에서 점심 때 출발해 베이징에 도착, 입국 수속을 거쳐 천안문에 도착하니 오후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과거와 달리 천안문 광장 전체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몇 군데만 입구를 만들어 보안 검색을 한다.

시간도 어중간하고, 자금성은 몇 번 구경해 보았기에 자금성 입구에서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분수를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만 남기고 출출함도 달랠 겸 저번에 가본 적이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자금성 입구를 왼쪽에 끼고 한참 걸어 다시 담을 끝으로 해서 왼쪽으로 10여분 가다 보면 조그만 삼거리가 나온다. 그 맞은편 모퉁이에 한문으로 '경미면대왕'이란 간판을 달고 있는 식당이다. 이 식당은 현지인들에게는 매우 유명한 듯 관광객은 거의 없고 항상 현지인들만 바글거린다. 여기 음식은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

우리나라 중화요리집에서 가장 즐겨 먹는 짜장면은 실제 중국에 가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이곳에서는 한국 자장면과 모양과 맛이 거의 흡사한 자장면을 맛볼 수 있다. 또한 북경 오리 요리도 진취덕 식당(유명한 체인점)에서 파는 금액의 3분의 1 정도면 먹을 수 있고 맛도 일품이다.

저녁에는 왕푸징 거리의 명물인 포장마차에서 진기한 음식을 구경하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는 재미도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흥밋거리다. 이곳은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거리다.

늦은 밤, 여행자의 행복한 피곤함과 하루 여정을 달래려 왕징 지역 부근에 있는 사우나에 여장을 풀었다. 중국은 어딜 가나 사우나 시설이 훌륭히 잘 갖추어져 있다. 사우나는 우리나라 찜질방 비슷한 시스템인데 지역과 시설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개 1만원 정도의 금액이면 괜찮은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고 숙박도 가능하다. 한번 입장으로 24시간 머무를 수 있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3끼 식사도 먹을 만하다.

왕징 구역은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라 중국어를 못 해도 별로 불편하지 않다. 중국 여행 중 숙소를 사우나로 종종 이용하는 이유는 이용료가 비싸지 않으며, 식사'음료'인터넷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필요하면 저렴한 금액에 안마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다음 여정을 위해 출발하기 전에 뜨끈한 탕에 앉아 몸을 풀고 깔끔하게 세면을(치솔, 면도기 등은 비치돼 있음) 하고 가볍게 아침을 먹은 후 나서면 호텔을 이용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으며 훨씬 경제적이다. 혼자 또는 일행끼리 독방을 사용하고 싶으면 사우나 내에 있는 방을 싼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

왕징 구역의 KFC 패스트푸드점 바로 옆 건물 2층에 참치명가라는 횟집이 있는데, 여기서 싱싱한 고급 참치회를 저렴한 금액으로 무한리필하며 먹을 수 있다. 나는 베이징 여행 때 한번도 이 식당을 거른 적이 없다.

둘째날은 먼저 이화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화원은 몇 번을 가도 왠지 끌리는 곳이다. 이화원은 북경에서 가장 완전하게 보전된 황실원림이다. 만수산과 곤명호로 구성돼 있는데 그 중 곤명호가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처음 이 호수를 봤을 때 인간이 만든 호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규모가 대단했다. 수상 레포츠를 좋아하는 필자는 하양 인근에 있는 대구대학교 앞 문천지에 자주 가는 편인데 크기는 아마 곤명호가 더 크지 않을까 짐작된다.

19세기 당시 최고의 권력을 가진 서태후는 청일전쟁 중에 함대를 만들 돈을 빼돌려 자신의 처소인 이화원을 치장했다. 서태후의 사치와 향락은 중국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도 흐르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노쇠해졌고 극심한 사치와 향락은 그녀에게 오히려 독이 됐다. 몇날 며칠 동안 계속된 자신의 생일잔치에서 너무 많은 음식을 먹은 서태후는 이질에 걸렸고, 끝내 이 병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여장부의 그릇된 행각이 당시에는 많은 원성을 불러왔겠지만, 지금은 이 유적 덕분에 수많은 관광객이 모이고 있으며 그 수입 또한 대단하다.

황병수(영남대병원 방사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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