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아일랜드 독립영웅 패트릭 피어스

입력 2010-05-03 10:39:43

인간의 생은 유한하다. 기껏해야 100년을 넘지 못한다. 이러한 인간 실존의 유한성은 역설적이지만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극복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안중근 의사가 그러했던 것처럼 영국의 700년 지배에 신음하던 아일랜드의 패트릭 피어스가 그러했다.

1879년 영국인 조각가와 아일랜드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다. 평범한 인문학도의 길을 걷다가 30대 초반에 무장 독립투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열렬한 민족주의자가 됐다. 시재(詩才)도 뛰어나 영국의 지배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로 아일랜드어로 쓰인 시집을 발간했으며 더블린 근교에 세인트엔다 대학을 설립, 아일랜드 전통과 문화에 바탕을 둔 교육 운동을 펴기도 했다. 1916년 부활절 다음날인 4월 24일에 시작된 더블린 봉기를 이끈 지도자의 일원으로 '부활절 선언'으로 알려져 있는 아일랜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일주일간의 투쟁 끝에 영국군에 체포돼 군사재판을 거쳐 1916년 오늘 처형됐다. 과격한 투쟁을 좋아하지 않았던 아일랜드 출신의 위대한 시인 예이츠도 '후렴 하나에 세 개의 노래'란 시에서 이렇게 그를 찬양했다. "그러나 패트릭 피어스는 말했었지. 한 대 또 한 세대 끊임없이 아일랜드의 피는 뿌려져야 한다고."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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