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에서 보는 동성애

입력 2010-05-03 08:25:19

옛날엔 '性的지향장애' 요즘은 인간현상의 하나라

▲최근 영화와 TV 드라마를 통해 동성애를 많이 다루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찾기는 힘들다.
▲최근 영화와 TV 드라마를 통해 동성애를 많이 다루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찾기는 힘들다.

'동성애는 인간관계를 비정상으로 맺는 근친상간과 같은 기능장애로 다뤄야 한다. 많은 동성애자들이 선천적 이유보다 유행처럼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 그것을 소수자의 권리란 미명으로 사회가치의 혼돈을 부추기는 건 위험하다.'

'동성애자를 무시하거나 격리하거나 억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소수의 의견을 중시하듯, 성적 소수자 역시 사회에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굳이 그들이 멀쩡하다고 아이들이 보는 TV에서 광고할 필요는 없다.'

'동성애자가 되는 것이 어떤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동성애자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동성애에 대한 호기심이 전혀 없다. 타고 태어난 것 때문에 남들에게 차별을 당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성애는 정신과적 장애가 아니다

TV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두 남자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는 동성애자로 등장한다. MBC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최도빈(류승룡)은 동성애자로 등장하고, 전진호(이민호)와 노상준(정성화)은 동성애자로 오해를 받는다. 두 드라마의 접근법은 다르지만 안방극장에서 동성애를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논란이 한창이다.

앞서 네티즌들의 의견에서도 드러나지만 동성애자를 대하는 자세는 크게 3가지. 첫째는 동성애를 장애이자 질환으로 보는 시각이고, 둘째는 성적 소수자로 인정하되 드러낼 필요는 없다는 시각, 셋째는 그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정신과 박종한 교수는 "과거에는 정신과에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대상을 '건전한 이성'이라고 정의하면서 동성애를 '성적지향장애'로 봤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 대상을 '건전한 성인'이라고 정의하면서 의학적 치료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의료계는 동성애를 더 이상 장애나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신과에서 보는 '성적지향장애', 즉 건전한 성인이 아닌 다른 대상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경우로는 흔히 '훔쳐보기'로 부르는 관음증, 노출증, 소아성애자, 이성복장착용증 등이 있다.

박 교수는 또 "정신과에서 보는 동성애는 순수한 인간 현상의 하나로 볼 뿐이며, 치료의 대상은 아니다"며 "다만 동성에 대해 애정을 느끼는 자체에 대해 본인이 괴로워하고 치료를 원할 때에는 그에 대한 적절한 의학적 진료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동성애와 성적 정체성 장애는 구분돼야

동성애와 구분해야 할 것으로 '성적 정체성 장애' 또는 '성 전환증'이 있다. '태어난 생물학적 성과 성적 역할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쾌감과 불편을 느낄 때'라고 정의돼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장인 정신과 정철호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성적 정체성 장애에 대해 드러내놓고 치료를 원하거나 상담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장애를 겪는지 파악할 수 없다"며 "다만 네덜란드의 경우, 성 전환증 유병률이 남자 1만1천명당 1명, 여자는 3만400명당 1명꼴"이라고 했다.

아직 성 정체성 장애에 대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인 이유와 성 호르몬 문제, 뇌의 구조적 문제 등 생물학적 원인과 함께 정신사회적 원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인과관계가 뚜렷하지는 않았다. 가령 아들(딸)을 원하는 부모가 자녀를 원하는 방식대로 키울 경우, 타고난 성과는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된다는 가설도 있고, 부모의 정신병리와 불화가 많은 가정일수록 자녀들이 성 정체성 장애를 겪는다는 등의 보고는 있지만 역시 명확한 원인은 못된다.

정 교수는 "보통 생후 18~36개월쯤 성 정체성을 자각하는데, 이때 어떤 양육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한다"며 "이런 정체정 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경우, 사춘기와 고교 시기에 도달하면 3분의 2 정도가 동성애로 발전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정체성 장애로 불편을 겪고 있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아동기에는 또래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이후 사춘기에는 무단결석, 문제행동을 낳으며, 우울증 및 분리불안 등 정신병적 증상도 나타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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