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하나가 된다는 21일 부부의 날, 서로 발 씻겨 줘
생활의 발견, 작은 감동 등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모임, 행사, 자랑할 일, 주위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고백할 일이 있으시면 원고지 3~5매 정도의 분량으로 사진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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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실 곳=매일신문 문화부 살아가는 이야기 담당자 앞, 또는 weekend@msnet.co.kr
지난주 당첨자=권오심(대구 남구 대명3동)
다음 주 글감은 '감사의 편지'입니다.
20여년 전 대학교정 울려 퍼지던 '오월의 노래'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진 기억으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1987년 5월, 대학 새내기였던 나는 학교만 가면 들려오는 '님을 위한 행진곡' '오월의 노래'를 배경으로 터지는 최루가스에 눈물을 흘리며 학교를 빠져나오곤 했다.
학교에서는 수업을 하지 않았고 데모대들의 확성기 소리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전투경찰의 검은 색 방패만 있었다. 도서관을 따라 전시된 '광주사태'의 사진들은 그저 폭도들의 반란으로 알고 있었던 사건들이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유가 뭔지도 모른 채 대학 1학년의 5월을 보내고 그렇게 적응하고 있었다. 이후 6월 10일에는 최루가스에 눈물을 흘리며 학교를 빠져나왔는데 시내 곳곳에서 거리 행진을 하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전투경찰들이 쏘아 댄 최루가스로 또 눈물을 흘렸다.
세월이 흘러 40대에 접어들어 그때의 5월을 떠올려 본다. 그때는 잘 몰랐었는데 지금은 그 노래의 의미를 알 듯하다. 이제는 '광주 사태'가 아닌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이 된 5·18의 아픈 의미도 함께 알았다.
그런데 29일에는 46인의 천안함 용사를 보내며 최루가스보다 더 매운 눈물을 흘렸다. 또 어제는 짧은 생애를 살다가 간 선배를 보내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린다.
잔인한 달 4월을 지나 5월은 만물이 소생하고 '5월의 여왕'을 뽑던 축제의 달이었고 민주화운동의 꽃이 피었던 달이다. 지금 나에게 5월은 행사가 많고 챙겨야 할 일들이 많은 달로 바뀌어 버렸다.
그해 5월의 그 의미 없던 눈물은 이젠 빛바랜 사진 속의 추억처럼 희미해져 버렸지만 5월이면 혼자서 흥얼거려본다. "5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박진아(대구 수성구 황금동)
♥21일 부부의 날 서로 발 씻겨 줘
5월 달력을 보면 기념하고 챙겨야 할 날들이 제법 많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 성년의 날 등. 어느 언론에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부담이 되어도 어버이날을 1순위로 꼭 챙긴다는 말을 듣고 아직은 효의 근본이 자리 잡고 있음에 마음이 흐뭇했다.
5월 21일은 두 사람이 만나서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부부의 날이다. 나는 부부의 날을 어버이날 다음으로 의미 있는 날로 여긴다. 내 생일 또는 결혼기념일보다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남편과 보낸다. 부부의 날에 우리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이 담긴 선물을 전한다. 그 선물은 수십만원짜리 부부잔 세트도 아니고 명품 핸드백, 명품 구두도 아니다. 우리 부부가 서로에게 전하는 부부의 날 선물은 가족들을 위해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 남편을 위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아내를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상대방의 발을 정성껏 씻겨주는 것이다. 지난해 부부의 날에 남편이 나의 발을 씻겨주면서 "연애 시절 베이지색 원피스에 꽃분홍색 샌들을 신은 당신이 참 예뻤는데, 특히 발뒤꿈치가 그렇게도 예뻐 보였는데, 이젠 호두껍질같이 두껍고 딱딱한 각질로 뒤덮였네"라며 내내 혼자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중얼거렸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여자 나이 사십대 중반이 되면 세포 활동이 원활하지 못해서 다 그렇게 발이 딱딱해져"라는 응답으로 나는 남편이 미안해 하는 마음을 달랬다.
발뒤꿈치가 호두껍질이 아니라 거북이 등껍질만큼 딱딱한들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일평생 친구처럼 살아가는 남편이 내 신체의 일부가 노화됨을 안타까워 해주는 그 자체로 나는 아주 많이 행복했다.
올해 5월 21일에도 서로에게 발을 씻겨 주는 뜻 깊은 시간을 나눈 다음 남편에게 조금은 장난스러운 부탁을 해봐야겠다. 진달래 색상의 매니큐어를 예쁘게 발라달라고…. 남편의 황당해하는 얼굴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난다.
가슴이 아린 4월, 슬픔의 4월이 지나간다. 4월의 아픔을 겪은 모든 이들에게 이젠 보다 행복한 5월이 와주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김창희(대구 수성구 범어3동)
♥약간은 과했던 30대 녀석들의 '생일 빵'
매년 5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다. 작년 내 생일이 있던 5월에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하나 있다.
여자친구와 함께 시내 옷가게 앞에서 친구들을 만나 술집으로 향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고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친구 녀석들이 하나 둘씩 모였다. 준비해온 생일 케이크를 자르고 술이 한 순배 돌아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장소를 옮기기 위해 밖으로 나왔는데 친구 두 녀석이 나를 전봇대 근처로 데리고 갔다.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따라갔는데 한 녀석이 내 몸을 투명 테이프로 감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하며 흘낏흘낏 쳐다보며 웃었고 여자친구는 안타까워하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30대의 나이지만 다들 10대같이 유머가 넘치는 친구들은 묶인 내 몸을 툭툭 때리면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보고 때려보라며 생일 빵을 치르는 중이라고 했다.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고 그렇게 요란스런 생일 빵을 치르고야 나를 풀어주면서 말했다. "축하한데이~."
여자친구 앞이라 자존심도 상하고 화가 났지만 화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지만 그 당시 그 기분을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래도 잊혀지지 않는 멋진 추억을 준 친구 녀석들이 난 고맙고 자랑스럽다.
윤흥기(대구 남구 대명2동)
♥어린이날에 아버님 생신하는 이유
5월이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만, 우리 집안은 5월에 아버님 생신과 남편 생일이 있어 5월이 말 그대로 가정의 달이다. 특히 아버님은 5월이 되면 제일 반가워 하신다. 어머님 얘기를 빌리자면 "설날만 기다리는 야들(아이들) 하고 똑 같다"고 하신다.
아버님 생신이 어린이날과 비슷한 때라 가족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어린이날에 생신을 하신다. 아버님은 가족들이 모처럼 같이 모여 있는 모습이 얼마나 좋으셨으면 그랬을까 싶다.
아버님은 자식들이 달아주는 카네이션을 책상 위에 아직도 전시해두고 계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새아가, 니가 준 카네이션 여기 다 있다. 봐라" 하신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아마 지금도 아버님은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이번에는 가족들이랑 상의해서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온천욕도 시켜드리고 매운탕도 사드리기로 했다. 평소에 잘 해드리지 못하지만 그날만이라도 아버님, 어머님이 즐거우셨으면 좋겠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평소에 하지 못했던 효도를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
김성은(대구 달서구 이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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