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농사 포기 상황"…상주 배 단지 80% 凍害

입력 2010-04-30 10:26:55

경북지역 최대의 배 생산단지인 상주시 사벌면 박오식 산마을과수연구회장이 동해 피해로 암술이 죽어버린 배꽃을 살펴보며 시름에 잠겨 있다. 이홍섭기자
경북지역 최대의 배 생산단지인 상주시 사벌면 박오식 산마을과수연구회장이 동해 피해로 암술이 죽어버린 배꽃을 살펴보며 시름에 잠겨 있다. 이홍섭기자

"30년이 넘도록 배농사를 지어왔지만 올해와 같은 경우는 처음입니다."

경북지역 최대의 배 생산단지인 상주지역 배 농가들이 큰 시름에 잠겼다. 정상적으로 개화한 배꽃들이 최근 추운 날씨 탓에 동해(凍害)를 당했기 때문이다.

상주시 배 재배 집단지인 사벌면 두릉리, 연봉리와 외서면 배농가 70~80%가량이 동해 탓에 올 농사를 포기할 지경이다. 이달 14일부터 16일까지 3일 동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꽃이 개화하기도 전에 암술이 얼어 버렸다. 기상대에서는 영하 0.9℃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배밭에서는 영하 3도 정도를 기록해 꽃이 얼어 버리고 만 것이다.

여기에다 27일부터 3일 동안 또다시 활짝 핀 꽃에 냉해가 덮치면서 2차 피해로 이어져 열매 맺기를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피해가 커졌다. 현재 배꽃의 겉모습은 화사한 자태를 보이지만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살아있는 암술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 꽃의 한가운데 모습이 새카맣게 변했다.

상주시 사벌면 유기농 배 재배단지인 산마을 과수연구회 박오식(59·상주탑플루트배생산협의회 대표) 회장은 "동해를 입은 꽃의 암술이 새카맣게 변하면서 수정이 불가능해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 배 생산단지 중 동해를 당한 곳은 산 지역보다는 오히려 평지에 위치한 배 농장들이 더 많다. 박 회장은 "밤이 되면 냉기가 산에서 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에 이번 피해도 평지의 배농장들이 대부분 동해를 당했다"며 "지금까지 유기농 재배를 하면서 수년 동안이나 고생해오다가 겨우 지난해부터 외국에 수출을 하고 국내에서도 대형 마트에 배를 판매하는 등 본격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농가들이 또다시 빚더미를 안게 됐다"고 허탈해했다.

농가들은 농작물 재해보험을 들었지만 태풍과 우박 등에 치중돼 있어 동해나 냉해로 인한 피해 보상은 받지 못할 처지다. 농가들은 동해·냉해는 전국적 현상인데다 국가적 재난에 해당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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