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골학교로 '위장전입'시킨 까닭은

입력 2010-04-28 08:04:28

우리 가족은 대구시에 살고 있지만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경상북도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자동차로 20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시골 학교. 재작년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20명을 넘지 못해 폐교 위기를 맞았었고 올해 겨우 전교생 50명을 넘어선 작은 학교.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었을 때 고민을 거듭한 후 어렵게 선택한 결정이었다. 한 반에 30명이 넘는 아이들 속에서 짓눌리기보다는 좀 더 자기 개성을 존중받으면서 꿈을 펼칠 수 있기를, 학원 엘리베이터보다는 운동장 바닥을 더 많이 밟으며 씩씩하게 자라기를, 친구들과 경쟁하기보다는 더불어 함께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아들이 다니는 작은 학교가 갑자기 유명해졌다. 며칠 전 공중파 모 방송 대구경북 뉴스에 아들의 학교가 '심층취재' 당한 것. 뉴스의 제목은 '시골로 위장전입'. 대구시 아이들이 경북도로 위장전입하여 통학버스까지 타고 학교에 다니는데 문제는 위장전입한 도시 아이들에게까지 급식비와 방과후교실 수업비가 무료로 제공되면서 도교육청 예산이 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 학교가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급식과 방과후수업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생활정보지에 광고한 후부터 학생 수가 갑자기 늘었다고 덧붙였다.

뉴스 보도처럼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라서 급식과 방과후수업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있다. 그렇지만 위장전입이라는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또 학부모들이 힘을 합쳐 통학버스를 마련하고 매달 따로 통학버스비를 부담하면서까지 이 작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 이유가 단순히 '공짜'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학부모와 아이들의 작은 소망들을 무참히 매도하는 일이다. 학교를 보내면서 늘 마음에 걸렸던 위장전입 문제가 이런 식으로 불거지니 당황스럽고 안타깝다.

방송에서 위기에 처한 시골 학교의 문제를 제대로 심층취재하고 싶었다면, 도시 학생들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도 시골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시 인근 농촌 학교 전입학에 대한 행정적 개선을 촉구한다든지, 시골 학교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만약 도시 학교 아이들의 전입이 없어서 이 학교가 폐교되었다면 거꾸로 시골에 살고 있던 아이들 10여명이 타지역 큰 학교로 차를 타고 다녀야 하지 않았을까? 덧붙여 교육 비리로 누수되는 예산이 훨씬 많으면 많았지, 국세인 교육세를 아이들에게 사용함에도 낭비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형식적이고 속 좁은 단견이 아닌지…. 최근 들어 여러 언론에서 작은 시골 학교의 교육적 성과를 앞다투어 알리며 새로운 교육 모델로 박수를 보내고 있는데 왜 지역 언론에서는 교육 내용이 아닌 행정적인 문제를 가지고 삐딱하게 걸고넘어지는 것인지.

뉴스 보도가 나간 후, 교육청에서는 발 빠르게 대처를 했다. 학생의 실거주지를 써내라는 안내문이 온 것이다. 작지만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유연하지 못한 행정절차상의 문제로 짓밟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언론도 교육당국도 더 좋은 교육을 위해 필요한 본질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최은정(대구시 북구 구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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