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 참전용사 권기형씨 눈물의 분향
"선명아, 어떻게 이런 일이 또다시 일어났는지…. 선배로서 할 말이 없구나."
27일 오전 성주문화원에 마련된 천안함 희생장병 김선명 상병의 분향소.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2연평해전' 참전 용사인 권기형(28·대구시 서구 비산동)씨가 분향소를 찾아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물을 흘렸다.
권씨는 지난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일어난 '제2연평해전'에 참전했다. 이 교전으로 해군 윤영하 소령과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했고, 19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20세 상병이었던 권씨도 북한경비정에 맞서다 총에 맞아 손가락이 잘리는 부상을 당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더 크고 짐이 더 무겁습니다. 항상 전사자들에게 죄를 지은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권씨는 천안함 순국 장병에 대한 애도 분위기가 8년 전과 달라진 것에 대해 안도한다고 말했다. 2002년 당시에는 추모 열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에서 추모 열기가 뜨거워 고맙다"면서 "추모 열기가 반짝하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6개월 입원했다가 제대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불면증에 시달렸다. 직장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현재도 무직 상태다. 권씨는 당시 받은 무공훈장을 장롱에 처박아뒀다고 했다.
"훈장에 대한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인정을 받은 것인지, 많이 다쳤다고 주는 훈장인지 형평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방황을 했다는 권씨는 이제부터는 직장도 구하고 더 열심히 살아갈 작정이란다. 또다시 이런 슬픔이 후배 장병들에게 생기지 않기를 마음속 깊이 바란다고도 했다.
"천안함에서 살아남은 후배들은 힘들겠지만 죄책감을 가지지 말고 순국장병들의 몫만큼 더 열심히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절대 잊어버리지 말고 가슴속에 순국장병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도 앞으로 더 밝게, 더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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