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날이 되면, 자주 피곤해지고 오후만 되면 수업 시간에 졸음을 이기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한다. 이런 증상들을 춘곤증이라고 하는데 겨울 동안 영양분을 많이 소모한 상태에서 봄이 되면 비타민 등의 영양소 결핍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겨울 동안 운동이 부족했던 사람이나 피로가 누적된 사람, 스트레스가 심했던 사람에게는 더욱 심한 증상이 나타난다. 봄에는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서 비타민 소모량이 3~5배 증가하므로 비타민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비타민은 인체 생리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꼭 필요한 화학물질이다. 비타민(vitamin)이라는 단어는 vital(필수의)과 amine(질소를 포함하는 유기화합물)이 결합해서 축약된 말이다. 초기 비타민의 이름은 발견 순서에 A, B, C로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화학명을 붙여서 비타민 A는 레티놀, 비타민 B1은 티아민, 비타민 C는 아스코르브산이라고 부른다. 현재까지 발견된 비타민은 10여종이다.
비타민은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과 달리 체내에서 전혀 만들어지지 않거나, 만들어져도 양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만 한다.
포유류 가운데 영장류, 기니피그, 인도과일박쥐는 비타민 C를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다른 척추동물들은 간에서 포도당이 4단계의 연속 반응을 거치면서 아스코르브산을 합성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동물들은 음식으로 아스코르브산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영장류는 아마 진화단계 어딘가에서 굴로노락톤옥시다아제(포도당이 아스코르브산으로 합성되는 4단계의 마지막 단계에 필요한 효소)를 만드는 유전 물질을 잃어버림으로써 포도당을 아스코르브산으로 합성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
비타민 C를 음식으로 섭취하지 않으면 괴혈병에 걸린다. 이것은 오랫동안 배를 타는 선원들에게 잘 걸리는 병으로, 잇몸에서 피가 나고 심한 악취를 풍기며 빈혈과 무기력증을 동반한다. 마젤란이 세계를 일주할 때 선원의 90% 이상이 괴혈병으로 사망했다. 수세기 동안 해상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 가운데 해전, 난파, 기타 질병보다도 괴혈병으로 사망한 수치가 훨씬 더 컸다.
오늘날 비타민 C의 상업적 용도는 주로 음식의 방부제이다. 비타민 C는 항산화제와 항균제로 작용한다. 과일의 산도(acidity)는 유독한 세균인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의 증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과일을 100℃로 가열해서 통조림을 만들면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 산도가 낮은 야채나 육류를 통조림으로 보관할 때에는 보툴리눔 균을 확실히 멸균시키기 위해 이보다 더 높은 온도로 가열해야 한다. 가정에서 과일 통조림을 만들 때 황변을 막는 산화 방지제로 종종 사용되는 아스코르브산은 산도를 높이고 보툴리누스 중독을 방지한다.
보툴리누스 중독이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 만들어 낸 독소로 인한 식중독을 말한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은 인체 내에서는 살 수 없는 세균이므로 제대로 멸균되지 않은 통조림에서 위험한 것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 만들어내는 독소이다. 이 독소를 정제시켜 피부 밑에 소량 주사하면 신경 신호가 차단되어 근육이 마비되고 주름살이 일시적으로 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보톡스(Botox) 치료법이다.
비타민 C는 콜라겐 생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 콜라겐은 동물계에서 가장 풍부한 단백질로 다른 조직들을 결합시키고 지지해 주는 결합 조직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아스코르브산의 영향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모든 효능들이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더 많은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출하여 이런 과학적인 사실의 규명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강유경(대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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