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시기 논란…한국銀 "점진적 정상화"

입력 2010-04-24 08:10:38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낮췄던 기준금리의 인상 시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저금리로 인해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시중 자금이 단기 부동화되는 현상을 막으려면 소폭이라도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고용과 건설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경기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692조원(현금서비스와 카드론 포함)으로 1년 사이 44조원이나 불어났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 수비르 랄 IMF 한국과장은 "한국의 성장세가 강하고 전반적인 경기 둔화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까운 시일에 금리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고 조정과 시설 투자, 민간 소비 등을 볼 때 한국 경제의 체력이 탄탄한 만큼 금리를 점차 올려도 충격이 없다는 것이다. 또 아시아 신흥국들이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일부 국가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출구전략 단행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호주는 이달 7일 기준금리를 4.25%로 0.25%포인트 올리는 등 지난해 10월 이후 네 차례나 인상했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도 이달 들어 기준금리를 0.25%p 올렸다.

그러나 정부는 기준금리의 인상 등 출구전략에 나서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경제의 회복세가 빠르긴 하지만 아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이 많이 어렵고 민간의 자생적인 회복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외적인 면에서도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여전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5.2%로 상향 조정하면서 건설 투자는 2.0%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수출뿐 아니라 내수가 중요한데, 건설 투자가 좋지 않다"며 "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는지,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가능성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문제 역시 가계 빚보다 금융자산이 더 빨리 증가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2.8%보다 낮은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현재로선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