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 그들만의 향연 '스폰서 문화'

입력 2010-04-24 08:24:52

대구지역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3일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지역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3일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의원과 스폰서…세상에 공짜는 없어 선거때 '공천 선물' 보답

부적절한 관계. 남녀 간의 불륜(不倫)만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다. 세간에는 '검사와 스폰서'가 대표적인 부적절한 관계로 부각되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통하는 검찰에 대한 사회 일각의 불신과 불만까지 더해져 소문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의 세계에도 스폰서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고 특권도 상당하고 예산도 주무르고 입법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과 스폰서의 세계는 더 복잡하고 깊다. 가끔 선거 때면 공천을 둘러싸고 국회의원과 스폰서 사이에 잡음이 불거지는 경우도 없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단편들이 노출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세계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매우 부적절한 관계인 것은 분명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거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속담이 있다. 정치권에서도 통하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국회의원이 스폰서로부터 금전적, 물질적 도움을 받고 그 대가로 직간접적으로 이권을 주거나 보호를 해 주는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 방식이다.

정치인과 그 스폰서들은 주고받는 것에서 다른 곳과 차이가 난다. 정치인에게는 후원회라는 받는 통로가 하나 더 있다. 연간 1억5천만원이라는 돈을 합법적으로 거둘 수 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두배로 늘어나 3억원이 된다.

그러나 이 정도의 돈으로는 정치자금을 다 충당할 수가 없다. 지역 관리를 위해서는 훨씬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선거법상 상시제한 규정이 있어 마음대로 돈을 쓰지도 못하고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러나 법 핑계를 대다가는 유권자에게 욕먹기 십상이다.

법으로는 안 된다고 해도 인사를 해야 할 곳은 다 해야 한다. 돈 씀씀이가 많다 보니 후원금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에 태부족이다. 그래서 찾아낸 다른 경로가 스폰서다. 과거에도 많았지만 요즘도 없어지지는 않고 음성화되고 있다. 돈 쓰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누구나 든든하고 믿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빵빵한' 스폰서를 찾는다. 이런 스폰서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실세 여부를 가르는 잣대다. 힘이 있는 곳에 돈이 있고 스폰서도 몰리기 때문이다.

과거 실세들의 경우 전국적으로 스폰서를 수십명씩 거느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스폰서를 자청하고 나설 정도였다. 눈도장을 찍기 위해 스폰서로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실세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금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이들 가운데 정치권에 진출한 사람도 많다. 실세로부터 한 자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받은 것에 대해 주는 식의 철저한 거래다.

요즘은 국회의원과 스폰서의 사이에 공천이라는 확실한 선물이 오갈 수 있다. 2005년 선거법 개정으로 국회의원들이 줄 수 있는 공천은 훨씬 더 늘어났다. 큰 스폰서에게는 단체장이나 광역의원을, 작은 스폰서에게는 기초의원을 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6·2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공천심사 과정에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을 여과 없이 받도록 해 놓았다. 사실상 국회의원 '마음대로' 공천권이 행사되도록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도 공천심사 결과도 모두 무시되고 오직 국회의원 의지대로 공천을 좌우하려는 지역도 몇몇 발견되고 있다. 평소 국회의원의 뒷바라지를 열심히 하고 각종 정당 활동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사가 공천을 받은 사례는 많다. 바로 스폰서에 대한 보상이다.

공천을 둘러싸고 잡음이 나오는 케이스는 국회의원과 스폰서 사이에 이권이든 공천이든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탓이다. 몸과 마음 그리고 돈을 바쳐 충성을 다했는데 공천이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가자 불만이 터져 나온 사례는 드물지 않다. 성공하지 못한 부적절한 관계일 뿐이다. 물론 성공 케이스는 훨씬 더 많다.

이런 식이라면 국회의원에게 충성을 다하는 스폰서가 되는 것이 공천의 지름길이다. 지금도 많은 스폰서들이 국회의원 모시기에 열심이다. 이 얼굴들이 4년 뒤 단체장으로, 지방의원으로 나설 예비후보들인지도 모른다.

정치부

◎ 검사와 스폰서…대구 검찰청에도 불똥 "개혁촉구", 공무원 경찰 교육계…이권 둘러싼 유착 공공연

우리나라의 '스폰서 문화' 는 비단 검찰 조직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공무원, 경찰, 교육계에 이르기까지 온갖 '악어와 악어새' 의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장기적인 친분을 맺고 금품 수수나 향응 등 유·무형의 이득을 주고 받는 스폰서 문화가 각종 토착비리의 싹이 되고 있는 셈이다.

◆스폰서 검사

'스폰서 검사'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대구지방검찰청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22일 오전 대구참여연대, 대구경북교수노동조합,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경북진보연대를 비롯한 32개 시민단체는 대구지검 청사 앞에서 부패검사 처벌 및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민단체들은 "부패'타락 검사를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며 "대구지검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 개혁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땅 검사들의 금품과 향응 수수의 구체적 정황을 목격한 우리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들은 "대구지검의 검사들 또한 이러한 금품 및 향응수수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과 같은 행태들이 부산경남의 일만은 아닐 것임은 상식있는 국민들이 충분히 품을 수 있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사가 국민 위에 군림해 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번번이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이런 치부가 드러날 때마다 묻어두기에 급급했다"며 "검찰 스폰서 문화가 일상이 돼 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법조계에서도 "스폰서 검사 의혹이 대한민국 전체 검찰로 번지고 있는 만큼 의혹 여부를 떠나 청렴성 강화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검사 임용 제도 개선 및 검찰 기소 독점권 분리 등 광범위한 처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폰서 경찰'공무원'학교…

"스폰서 문화가 지역사회의 은밀한 부패고리를 형성하는 요인이며, 이의 척결이 부패방지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ACRC'위원장 이재오)가 22일 서울역사박물관 1층 강당에서 연'청렴 선진국 실현을 위한 반부패 정책 심포지엄'에서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는 "지방 토착비리를 뿌리뽑기 위해 부정한 친분관계를 형성하는 스폰서 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스폰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건설업 등에 종사하는 사업가로서, 사업에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직자들에게 향응 등을 제공한다"며 공직자들의 청렴도 평가와 실천적 윤리강령 강화 등을 제시했다.

실제 스폰서 문화는 지역사회 곳곳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경찰'공무원'학교에 이르기까지 공직'교육 사회에서의 '스폰서 비리'가 만연해 있다. 온갖 '업자'들이 사건 무마, 사업 편의, 공사 수주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직자와 친분을 맺기 위해 달려들고, '권력' 또한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구경찰청의 경우 사건 무마를 위한 뇌물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지난해 9월 대구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하면서 D아파트 시행사의 비리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2천만원을 받아 챙긴 H총경이 검찰에 구속됐고, 앞서 7월에는 대구 수성경찰서 소속 J경위가 대구경찰청 마약수사대에서 근무하던 2008년 11월 사건 무마 청탁을 받고 마약사범으로부터 2천만원 상당의 금품 향응을 제공받아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대구 공직 사회에서도 사업 편의를 봐주거나 불법을 묵인하는 뇌물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2월엔 폐기물 업체를 관리'감독해야 할 대구시 공무원들이 불법 폐기물 반입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10여업체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 교육계 역시 학교 공사 및 각종 이권을 둘러싼 유착이 공공연하다. 지난해 급식업자들은 대구지역 초·중·고교 80% 이상이 수의 계약 방식으로 급식 재료 공급 업자를 선정하며, 이 과정에서 수주 대가로 학교 측에 수백만원의 뒷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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