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같은 학번 입학, 중간·기말고사 얼마나 어렵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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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당첨자=김수남(대구 수성구 범어3동)
다음 주 글감은 '5월이 오면' 입니다.
♥ 똑똑한 우리아들 언젠간 잘하겠지
며칠 있으면 시험인데 오늘도 우리 아들은 저녁 시간이 돼도 들어오질 않는다. 4살 무렵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스스로 숫자와 한글을 다 깨우쳐 똑똑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아이 때문에 고민한다는 엄마들이 그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자 아이는 좋은 머리만 믿고 슬슬 책을 멀리 하더니 3학년에 올라간 뒤에는 아예 책 자체를 들여다 보려 하지 않았다. 공부 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달래보기도 했다. 시간이 더 지나자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반항하고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도 않았다. 그때는 회초리도 소용이 없었다. 매들 드는 것도, 타이르는 것도 통하지 않자 잠시 간섭하는 것을 멈추기로 했다. 그렇게 모르는 척 지켜보기를 일 년 반. 지금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다.
내가 속을 비우고 아이를 바라보니 시험을 잘 치고 못치고 한 두 개 더 맞는 것이 인생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닌 듯 싶었다. 시험을 조금 못 쳐도 때론 멀리서 그냥 믿고 지켜봐 주는 것도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지켜봐 주며 가끔은 응원의 말 한마디씩 해줄 때 아이가 더 큰 깨우침을 얻을지도 모른다.
하기 싫은 아이에게 억지로 시킨다고 머리에 절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책상 앞에만 앉아있을 뿐이다. 기다려 줄 것이다. 언젠가 잘 하겠지. 알아서 할 날이 오겠지. 마음으로 응원하며 말이다. '사랑한다. 아들! 파이팅'
전소윤(대구 북구 국우동)
♥ '열공' 결과 장학금 받아 뿌듯
개나리와 백합꽃이 만나 1년 동안 숨겨뒀던 이야기를 나눌 때면 늦깎이 대학 시절 중간고사 시간이 생각난다. 40대 중반에 아들과 같은 학번으로 전문 대학에 입학하니 다행히 만학도들이 나를 포함해 5명 있었다.
아들 또래 학생들과 오리엔테이션, 체육대회, MT 등 함께 어울려 재미있는 일도 많았지만 가장 어려운 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이었다. 젊은 학우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겠다는 심적 부담도 있었지만 살아오면서 하고 싶던 공부를 마음껏 해보는 즐거움이 컸다. 하교하는 버스 내의 1시간이 아까워 사람들의 시선을 최대한 피해가며 뒤 구석 자리에 앉아 그날의 강의 내용을 공부하고 꿈나라 시간을 빼앗으며 책과 벗이 됐다.
그 결과, 등록금 반액장학증서와 전액장학증서를 번갈아 받아봤지만 아직도 미안한 건 젊은 학우들의 장학증서 밥그릇을 뺏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2년의 학교 생활에서 마음은 그들의 집에서 그들의 책상에 앉아있는 느낌으로, 때로는 친구가 되고 때로는 아들딸이 되고 영어와 컴퓨터 실습할 때는 그들의 제자가 되기도 했다.
시험을 칠 때면 부동산학과 80명은 1. 2학년 강의실 160석을 한 줄은 비우고 한 줄 건너 한 줄씩 학번대로 앉아 시험을 치는데 평소 강의시간엔 앞에서 앉아 공부하다가 학번이 007번이어서 일곱 번째 앉으니 칠판의 시험출제 문제가 보이지 않아 당황한 적도 있었다.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요약해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40명의 학생들이 거의 다 시험을 다보고 밖으로 나갈 때 가슴이 콩닥콩닥 널뛰기를 했지만 차분히 답을 쓴 끝에 정해진 시간을 10여분 남기고야 나도 비로소 펜을 놓을 수 있었다. 동작이 거북이인 것이 만학도의 어려움이었겠지!
오늘도 부동산 사무실 의자에 앉아 길 건너 봄소식을 전하는 백합꽃을 바라보며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시간을 회상하다 보면 어느새 모교의 백합 향기가 코끝에 전해지는 듯 하며 20대 학생 시절로 되돌아가게 된다.
99학번 부동산학과 학우들이여! 높고 푸른 하늘 아래서 젊은 날의 파란 소망들이 빨간 열매로 영글어 가기를 소망하며 봄바람에 우표 붙여 소식 전해본다.
권오심(대구시 남구 대명3동)
♥ 끝나면 또 시작 '시험의 연속'
1년에 네 번. 학생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할 만한 큰 행사가 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이다. 선생님께서 중간고사를 친다고 말씀하신 순간부터 뇌리에 박혀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정작 펜을 들기란 쉽지 않다. 공부해야 할 분량은 넘치고 시간은 촉박한데 눈이 책을 보고 있어도 머리에는 딴 생각이 가득하다.
집에서는 이 기간이 되면 대우가 달라진다. 시키던 심부름도 시키지 않고 해달라고 하면 오냐오냐 해 왕이 된 기분이다. 왕이라고 해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눈빛에서 읽히는 그 형용할 수 없는 말들이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했던가? 편안한 왕보다 불편한 학생이고 싶다.
신기한 건 시험 준비 기간은 무척이나 더디게 지나가지만 시험이 시작되는 날부터는 순식간에 지나는 것이다. 사칙연산만 알면 될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를 공식으로 가득한 수학 시험. 한글을 더욱 사랑하도록 도와주는 영어 시험. 위대한 분과 중요한 사건이 너무나 많은 사회 시험. 숫자와 알파벳과 화살표가 모여 새로운 언어를 쓰고 있는 과학 시험. 모국어인데도 애매한 국어 시험. 정신없이 치르다 보면 어느 순간 시험은 끝나 있다.
시험을 마치면 한숨이 난다. 하지만 교실을 둘러보면 모두 개운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숨은 쏙 들어가고 이제는 삼삼오오 모여서 놀러갈 궁리가 한창이다. 이날은 발걸음이 가볍다.
그리고 다음주. 교실에 놓여진 과목별 답안지와 점수들을 보면 다시 힘이 쏙 빠져 버린다. 그러곤 생각한다. "기말고사에 잘 치면 되지." 앗! 이럴 수가 벌써 기말고사를 생각하고 있다. 그래, 좋든 싫든 중간고사가 끝이 아니다.
이은미(대구 서구 비산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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