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스 10번타자 '사자사랑' 서포터스

입력 2010-04-24 07:41:07

응원중 휴식 잡담 군것질은 금지…목 안쉰 당신, 삼성유니폼 벗어라

10일 삼성-KIA전이 열린 대구시민야구장 3루 관중석 상단. 삼성 서포터스
10일 삼성-KIA전이 열린 대구시민야구장 3루 관중석 상단. 삼성 서포터스 '사자사랑'이 신명나는 몸짓과 힘찬 구호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난해 프로야구는 역대 시즌 최다인 관중 592만명을 기록했다. 국민 10명 중 1명이 야구장을 찾은 셈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82년 출범 후 29년째를 맞은 올해 관중 목표를 65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58만명 올려 설정했다. 프로야구 통산 관중 1억명 돌파도 180여만명을 남겨두고 있어 올 시즌 가능해졌다.

프로야구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은 건 온전히 야구팬 덕분이다. 프로야구 구장에는 승리를 기원하는 팬들의 함성이 연일 울려 퍼지고 있다.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스전이 열린 대구시민야구장. 만원 관중 속에 단연 눈에 띄는 한 무리가 있었다. 3루 관중석 상단. 똑같은 유니폼에 손에는 수건을 매고 목이 터져라 "최~강 삼성"을 외치는 그들은 삼성의 '10번 타자'로 불리는 서포터스 '사자사랑'이다.

◆삼성의 10번 타자 '사자사랑'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멋진 플레이를 펼친다면 사자사랑은 그물망 너머 관중석에서 선수들과 함께 뛴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10년을 한결같이 이어온 사랑이다. 20여명이 한 목소리로 외치는 구호는 절로 시선을 잡는다. 경기 내내 앉지도 않는다. 이닝 교체 시간에도 응원을 멈추지 않는다. 응원구호도 수십 가지다. 모두 회원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었다. 삼성 선발투수 장원삼이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자 "삼성 삼성 달려나가자"라며 수건을 접어서 동시에 점프를 한다. 일명 '진군가'다. 신입회원을 위해 준비했다는 용지에는 '짝짝 짝짜짝', '박수 한번 X, 박수 두번 XX, 투수이름(짧게)' 등 응원구호, 박수방법, 박자와 리듬이 마치 암호처럼 빼곡하다. 그들의 응원은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준비된 것들이다. 그들의 응원은 흥겹기까지 하다. 옆에 앉아 있던 관중들도 어깨를 들썩인다. 힘찬 응원에 관중석 분위기는 금세 달아오른다. 사자사랑이 만든 '높이 높이 외쳐라' 노래는 유명세를 타면서 삼성구단 응원가가 됐다.

사자사랑을 이끌고 있는 서보준(34) 회장은 사자사랑만의 특별 응원법을 들려줬다. 야구가 좋아서 모였지만 즐기기식 관람은 지양한다. 경기장에선 온 힘을 응원에만 쏟아붓는다. 스탠딩 응원은 엄격하게 적용되는 첫 번째 규율이다. 여기에는 휴식금지도 보태진다. 서 회장은 "야구는 공수교대가 있어 흐름이 끊기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쉬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팬클럽이 있지만 대부분은 삼성이 공격할 때만 응원을 펼친다. 그러나 사자사랑은 수비시에도 그라운드에 서 있는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그렇다 보니 경기가 끝날 때 즈음 목이 쉬는 건 당연지사. 두 번째 규율이다. 목이 쉬지 않았다는 것은 꾀를 냈다는 것. 용납하지 않는다. 경기 중에는 잡담도 금지된다. 엄청난 활동량에 배가 고플법하지만 음식물 섭취도 안 된다. 유니폼조차 함부로 입지 못한다. 이름은 '사자사랑', 배번은 '10'으로 통일하고 있다.

◆야구에 미쳤다.

사자사랑은 오직 응원만 한다. 구단의 혜택은 사절이다. 입장권 할인, 자리 부탁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늘 똑같은 자리를 잡기 위해 이날도 사자사랑은 경기시작 5시간 전에 매표구 앞에 줄을 섰다. 표를 구하기 힘든 포스트 시즌에는 1박2일 노숙도 꺼리지 않는다. 사자사랑의 활동범위는 전국구다.

대구 등 전국 7개 지역에 회원들이 분포돼 있다. 주로 대구 홈 경기를 단체 관람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원정응원에 나선다. 이때는 전국의 회원들이 한곳에 모인다. 18일에는 인천 문학구장 원정응원을 다녀왔다. 오전 8시 출발해 원정응원을 마치고 대구에는 다음날 새벽 도착한 힘든 여정이었지만 사자사랑의 진정한 힘은 이때 빛을 발한다. 원정 때는 상대 홈팬들 속에 파묻히지만 절대로 기죽지 않는다. 주위에선 "미쳤다"면서도 정열적 모습에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회원은 350여명 정도다. 한때 1천명이 넘기도 했지만 규모보다는 열정을 우선하면서 회원수가 줄었다. 힘든 스케줄에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야하는 응원인 만큼 회원 가입도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서 회장은 "연말이면 700~800명 정도가 가입하고 싶다고 문의를 해오지만 인터뷰를 거치면 10명 정도만 남는다"고 했다.

◆야구 매력 빠져보세요

5년째 활동 중인 김선종(28)씨는 "야구는 삶과 닮았다"고 했다. 김씨는 "점수를 내려면 무조건 1루를 밟아야한다. 홈런도 마찬가지다. 또 언제든 역전의 기회가 있고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어도 방심하면 따라 잡힌다. 우리의 일상이 그라운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했다.

삼성 팬이 된 건 지역연고팀이라는 이유 때문이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이유가 컸다. 이윤정(24)씨는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야구를 접했다"며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삼성의 플레이에 감동을 받아 삼성팬이 됐다"고 했다.

2001년 창단한 사자사랑은 올해 창단 10주년(8월 26일)을 맞는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지난해 가을이었다. 삼성이 포스트 시즌에 오르지 못해 늘 해왔던 가을 응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실감이 컸지만 진정한 서포터스의 역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올해 삼성의 우승에 더 많은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자사랑의 파이팅은 쭉 계속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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