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리뷰] 아카데미 vs. 한국 엄마, 극장가 春鬪 시작된다

입력 2010-04-24 07:49:19

유난히 길었던 겨울, 올 극장가의 비수기 또한 길었다.

그러나 오락영화 '아이언맨 2'와 한국영화 '그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다음 주 개봉하고, 5월 들면 임상수 감독의 '하녀', 이창동 감독의 '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로빈 후드' 등 화제작들이 줄을 이으면서 '극장가의 봄'이 예고된다.

이번 주에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허트 로커'를 비롯해 한국 최루성 영화 '친정 엄마' 유쾌한 히어로물 '킥 애스:영웅의 탄생'과 애니메이션 'G-포스:기니피그 특공대'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개봉되면서 봄 극장가가 기지개를 켠다.

▨ 손수건 필참, 우리의 '친정 엄마'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특히 여성들에게 '친정 엄마'는 모진 시집살이의 굴레를 떠올리게 하는 서러움의 대상이다.

"엄마 때문에 내가 못 살아." 바쁠 때 엄마의 전화가 오면 매몰차게 끊어버리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엄마에 대한 연민이 늘 자리 잡고 있다. 무식하고 촌스러운 자신 속에서 어떻게 이런 예쁜 새끼가 나왔는지 감사하기만 할 뿐인 친정 엄마(김해숙). 그런 엄마가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딸 지숙(박진희). 결혼 5년차에 딸까지 둔 초보맘이 되고 보니 친정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듯하다.

가을이 깊어지는 어느 날, 지숙은 연락도 없이 친정집으로 내려와 미뤄왔던 효녀 노릇을 한다. 반갑기는 하지만 왠지 예전 같지 않다. 딸의 행동에 엄마는 묘한 불안감을 느낀다. 모녀는 내장산 단풍 구경도 하고 사진관에서 사진도 함께 찍으며 행복한 2박3일을 보내지만 엄마는 딸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딸 앞에서 눈물을 참다참다 끝내 울부짖는 엄마. 신발이 벗겨지면서도 기차를 따라 울며 뛰어간다. 언제 또 볼까. 내 딸아. 내 딸아.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지만 여성들에게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자연스럽게 풀어내준다. 김해숙과 박진희, 두 배우가 탈진해버린 탓에 5분 정도의 장면을 위해 꼬박 24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유성엽 감독의 장편 데뷔작. 러닝타임 108분. 전체 관람가.

▨ 청소년 관람불가 히어로물, '킥 애스:영웅의 탄생'

슈퍼 히어로 만화책의 왕팬인 뉴욕의 10대 소년 데이브(아론 존스)는 정의의 수호를 위해 직접 마스크와 복장을 하고 '킥 애스'라는 이름의 슈퍼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에게는 당연하게도 초능력이 없는 것. 시민을 구하기는커녕 본인도 두들겨 맞기 일쑤. 그러나 시민을 폭력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그의 이런 활약이 유튜브를 통해 퍼지면서 '킥 애스'는 새로운 히어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슈퍼 히어로들은 모두 초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체성을 고민하며 혼란스러워한다. 왜 그들은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나약해야 하는가. 이제 전혀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했다.

대충 뒤집어 쓴 복면과 녹색 쫄쫄이 의상, 저질 몸짓에 무기라고는 굴러다니던 곤봉 두 개가 고작이다. 첨단 기술과 초능력 따위는 애초에 없다. 그런데도 그는 영웅이다.

기존 히어로 장르에 대한 발칙한 전복을 시도한 작품이다. 캐릭터는 기존의 영웅들에서 멀찌감치 거리를 둔 모습이고 이야기도 거창하지 않다. 대신 다른 히어로 무비에서 느낄 수 없는 유쾌함이 압도적으로 부각된다. 거칠고, 욕이 난무하고, 폭력도 과도하다. 그런데도 유쾌한 느낌을 주는 히어로물이다.

히어로 영화로는 초저예산인 3천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이어 국내 극장가에도 슈퍼 히어로 흥행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러닝타임 117분. 매튜 본 감독.

▨ 뒤늦게 찾아온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허트 로커'

여류 감독 캐서린 비글로의 진지한 이라크전 영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뒤늦게 후광을 받고 한국을 찾았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 제거반(EOD)에 제임스 중사(제레미 레너)가 새로운 팀장으로 부임한다. 죽음과 가장 가까이 있는 위험한 작업 속에서도 그는 이를 즐기는 듯하다. 뛰어난 폭탄 제거 능력으로 상사에게 인정을 받지만 팀원들에게는 배척당한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팀원들의 목숨은 아랑곳없이 폭발물 제거에만 골몰하기 때문이다.

폭발물 제거작업에 나선 어느 날, 제임스 중사는 자신이 알던 꼬마의 주검에 폭탄 꾸러미가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분노에 휩싸인다. 비글로 감독은 이처럼 전쟁에 중독돼 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냉정할 만큼 차갑게 카메라에 담았다. 감독은 가치판단을 하지 않은 채 131분간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허트 로커'(The Hurt Locker)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 혹은 심각한 부상을 의미하는 미군의 은어다. '허트 로커'는 올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아바타'를 꺾고 6관왕에 오른 것을 비롯해 영국 아카데미상, 전미비평가협회상, 밴쿠버비평가협회상 등 78개의 상을 받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 제리 브룩하이머판 3D 애니메이션, 'G-포스:기니피그 특공대'

'캐리비안의 해적'과 TV 시리즈 'CSI'의 흥행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처음으로 도전한 3D 애니메이션. 5월 어린이날을 겨냥해 일찌감치 개봉했다.

첨단 스파이 장비로 무장한 미국 정부 소속 G-포스 팀원들은 모두 쥐를 닮은 동물 기니피그들이 주 멤버. 팀의 리더로 임무 수행의 사명감에 불타는 다윈을 중심으로, 난폭한 무기 전문가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블래스터, 섹시한 무술 고수 후아레즈, 이들과 더불어 파리인 정찰 전문가 무크, 그리고 컴퓨터 및 정보 전문가인 두더지 스페클스까지 다양한 개성을 가진 멤버들로 지구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번에 주어진 그들의 임무는 세계를 집어삼키려는 흉악한 억만장자 레오나드 세이버의 음모를 막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정부는 그들의 임무를 중단시키고 G-포스 멤버들은 애완동물 센터로 보내지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G-포스 5인조는 기니피그 헐리와 햄스터 벅키와 함께 애완동물 센터 탈출을 강행, 세계를 구하기 위한 모험에 다시 뛰어든다.

미세한 털의 움직임과 표정 등 할리우드가 공들인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총동원된 애니메이션이다. 호잇 이트맨 감독 작으로 샘 락웰, 존 파브로 등이 목소리 출연했다. 러닝타임 90분. 전체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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