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맛보는 대형 설치작품…아트선재미술관

입력 2010-04-23 07:11:24

플러리·이불 등 9명 '꿈과 기억 사이'展

보기 힘든 대형 설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열린다. 8월 29일까지 열리는 '꿈과 기억 사이'전은 실비 플러리, 이불, 프랑소와즈 까르동 등 9명의 대형 설치 작품 12점이 전시된다.

실제로 명품 쇼핑을 즐긴다는 실비 플러리는 자신의 일상인 쇼핑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화장품 광고 카피로 자주 등장하는 '라이튼'(lighten), '퓨리티'(purity) 등 7가지 동사를 네온그래픽으로 설치했다. 소비 자체가 중심 가치로 떠오른 오늘 우리 나라 문화의 단면을 이야기한다.

두 전시 공간을 연결하는 11m의 다리는 서도호의 작품 '청록교'. 미국에서 작업 중인 작가는 미국 사회에서의 이민족 분열을 목격하고 벽으로 가로막힌 사회에 소통을 시도한다. 실제 다리 모형 위에 남녀 모양의 인형 수만개를 붙여 완성한 작품이다.

'상식의 전도'를 모색하는 파브리스 이베르는 80여벌의 옷을 공중에 설치했다. 전시장 한쪽에서 그 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작가의 경쾌한 퍼포먼스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다. 가발, 모자, 장화, 외투 등 덩그러니 떠 있는 옷가지들은 때로 무중력의 경쾌함으로, 또는 존재의 부재로 인한 섬뜩함으로 읽히기도 한다.

최근 활발한 해외 전시로 주목받고 있는 이기봉은 몽환적인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형광색으로 칠해진 책상과 서류들이 흰 바닥에 녹아내린 이미지를 연출했다. 일상의 오브제가 전혀 다른 속성으로 변한 화려한 장면을 볼 수 있다. 프랑소와즈 까르동은 꿈속에서 봤던 환영을 형태로 옮겨 현실의 불안함을 대변한다. 이 밖에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도 뽑혔던 정서영, 이불의 사이보그 연작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아트선재미술관 이두희 큐레이터는 "우리 자신의 의식조차 좁은 현실의 영역 안에 한정되어 버리기 쉽다"면서 "대형 설치 작품을 통해 기억은 조작되기도 하고 꿈꾸며 현실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54)745-7075.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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