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아픔 달래는 사랑의 세레나데

입력 2010-04-23 07:17:20

지역 중견 소프라노 류진교씨가 다음달 13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소아암 어린이 돕기 기금 마련 음악회를 연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지역 중견 소프라노 류진교씨가 다음달 13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소아암 어린이 돕기 기금 마련 음악회를 연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성악가에게 독창회는 대형 오페라 출연에 못지않게 부담이 가는 무대입니다. 제 공연으로 많은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20일 만난 소프라노 류진교 대신대 교수는 부담이 크다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독창회 팸플릿을 내밀었다. 다음달 13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소아암 어린이 기금 마련을 위한 독창회를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2003년 귀국 독창회를 가진 이후 7년 만인 독창회 무대에서 얻은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류 교수는 현재 대구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중 한명으로 꼽히면서 서울과 대구 등 전국을 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1988년 계명대를 수석 졸업한 그는 이탈리아로 유학을 간 뒤 현지에서 각종 성악 콩쿠르를 휩쓸며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1992년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자코모 라우리 볼피(G. Lauri Volpi) 국제 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한 것을 시작으로, 마리아 까닐리아(Maria Caniglia) 국제 콩쿠르 2위, 자코모 아라갈(G. Aragall) 국제콩쿠르 3위의 성적을 거뒀고, 로마 시립 극장 주최 라보엠 콩쿠르에서 주역('미미')을 따냈다.

2001년 비교적 늦깎이로 귀국했지만, 현재 연간 40~50회의 크고 작은 무대에 서면서 각광받는 소프라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대구시립오페라단의 '오텔로'에서 주역인 데스데모나를 맡았고 같은 해 10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창작 오페라 '원이 엄마'의 주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원이 엄마를 제작한 안동대 박창근 교수는 "멍이 들 정도로 몸을 던져 연습을 반복하는 모습에서 작품을 위한 성의와 책임감, 진정한 프로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구 출신 소프라노 김상은씨도 "늘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하고 열정적인 모습은 후배들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이번 독창회 무대 주제를 '사랑'으로 골랐다. 비제의 '사랑의 노래' '아랍 여주인의 작별인사' '당신의 마음을 열어다오'와 함께 한국 가곡 '진달래 꽃' '초혼'을 선보인다. 또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그리운 시절은 가고', 롯시니의 '윌리엄 텔' 중 '어두운 숲과 사막의 황무지여',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라' 중 '나를 고향으로 데려다 주오', 레하르의 '집시의 사랑' 중 '차르다슈', '쥬디타' 중 '내 입술, 그 입맞춤으로 뜨겁고' 등 밝고 사랑스런 분위기의 오페라 아리아들을 노래한다.

류 교수는 요즘 부쩍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대구 성악인들의 역량이 서울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대구 성악인 스스로 '지방 성악가'라는 마인드를 버려야 할 것 같아요. 또 많은 대구의 성악인들이 대구에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합니다." 공연은 오후 7시 30분. 053)655-8668.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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