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한 건설업체 전직 사장이 "20년 넘게 검사들에게 향응과 성 접대를 해왔다"고 주장하며 방송에서 폭로했다. 직접 작성한 14쪽짜리 접대 목록 문건에 실명이 거론된 검사만도 57명에 이르고 2명의 고위급 인사도 포함돼 있다. 폭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누구보다도 추상 같은 위엄으로 공무에 임해야 할 검사들이 업자와 술이나 먹고 심지어 성 접대를 받아가며 뒤를 봐주는 행태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건에 연루된 한 지검장과 업자의 전화통화에 "우리가 술 한두 번 먹었나. 너와 나는 동지적 관계"라고 말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검찰의 도덕성이 바닥에 떨어져도 이 정도까지인 줄 누가 알았겠나. 비리에 연루된 검사들은 "보복성 음해"라며 궁색하게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믿을 국민은 더 이상 없다. 일부 검사들의 비리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크게 비화된 법'검 게이트만도 이번이 8번째다. 그동안 몇몇 고위급 인사들과 판'검사들이 옷을 벗는 것을 지켜봐 왔으면서도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부패의 연결고리가 그만큼 단단하고 일부 검사들의 도덕 불감증이 깊다는 의미다.
어제 김준규 검찰총장은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며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을 지시하고 철저한 조사와 엄중 조치를 약속했다. 문건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접대 날짜와 장소, 메뉴에다 팁, 결제 수표번호까지 구체적인 정황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과거 여러 차례 비리가 불거졌을 때 법원과 검찰은 "생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한 점 의혹없이 처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그 오명은 여전히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검찰이 썩은 부위를 스스로 철저히 도려내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고개를 돌릴 것이다. 자기 일에 충실한 검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고 국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해 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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