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부모'노인 3대가 함께하는 분위기 유도"
이장우(65)씨에게 배드민턴은 제2의 배우자다. 27년 동안 한결같이 매일 아침 배드민턴 라켓을 잡기 때문이다. 그의 배드민턴에 대한 애정은 건강 차원을 넘어 중독에 가깝다.
배드민턴과 그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됐다. 30대 후반 대구 서구 중리동 주공아파트(현 롯데캐슬 자리)에 살 때였다. 어느 날부터 아파트 공터에 누군가가 간이 배드민턴장을 만들어 몇몇 사람이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하더니 중리 배드민턴클럽이 만들어졌다. 조기체조를 배우다 클럽에 가입한 부인을 따라간 것이 배드민턴을 접한 계기가 됐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라켓만 휘두르는데 크게 운동이 되겠나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 치고 난 뒤 생각이 확 달라졌다. 좁은 장소에서 하는 운동이지만 순발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운동량이 상당했다. 겨울인데도 치고 나면 내의가 다 젖을 정도였다. 이씨는 무엇보다 승패에 따른 짜릿함이 좋았다. 팀을 이뤄 빠르게 셔틀콕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가운데 승부가 갈리는 스릴이 마치 마약처럼 이씨를 파고들었다. 속되게 말해 배드민턴에 꽂힌 것이다.
그때부터 부인보다 더 열을 올렸다. 매일 오전 2시간씩 부인과 함께 배드민턴에 몰두했다. 비나 눈이 오지 않는 한 빠지는 경우가 없었다. 배드민턴을 치기 위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났다. 그렇다보니 밤에 일찍 자야 했고 오후 9시 뉴스만 보면 잠자리에 곧바로 들었다.
"당시에는 생활체육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시절이었죠. 지금은 전문 강사가 있어 체계적인 교육이 되지만 그때는 그냥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깨 너머로 배우는 식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배우는 게 마냥 재미있더라고요."
배드민턴을 친 뒤 1년이 지나자 몸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팔공산 갓바위만 다녀와도 다음날 항상 다리가 저리고 피곤해 아무 일도 못했는데 배드민턴 덕분에 등산이 전혀 힘들지 않고 다음날에도 아침 일찍 거뜬히 일어나는 자신을 발견했다. 부인과 같은 취미를 가지니까 금슬도 자연스레 좋아졌다.
이씨 부부는 지금 또래에서는 대구에서 최고의 배드민턴 실력을 자랑한다. 대회만 열리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다. 전국 연합대회에도 빠지지 않는다. 부인과 함께 관광하는 느낌으로 참가한다. "전국대회에 참가하면 좋은 것이 별도로 여행을 갈 필요가 없다는 거죠. 보통 다른 시'도에서 경기가 열리면 1박 정도 하는데요. 첫날은 경기를 하고 다음날은 주변 관광을 하지요. 전국 방방곡곡 안 다녀본 곳이 없습니다."
그는 50대 초반에 친구가 권유한 골프를 잠시 치는 '외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골프를 칠 때마다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이 머릿속을 떠올라 이내 골프를 접고 배드민턴에만 전념했다. 이 같은 배드민턴 사랑은 대구배드민턴연합회 사무국장을 거쳐 회장까지 오르게 한 힘이기도 하다.
"배드민턴도 많이 발전했어요. 초창기에는 대구에 7, 8개 클럽밖에 없었죠. 지금은 70, 80개 클럽에 이르죠. 동호인만 1만2천~1만3천명 정도예요."
환경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과거에는 야외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학교 체육관이나 실내체육관 등을 활용할 만큼 여건이 나아졌다. "실내운동이다 보니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이 많이 늘었어요. 실내에서 운동하니 자외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선호하더군요. 앞으로 어린이부터 부모, 노인에 이르기까지 3개가 함께 배드민턴을 즐기는 분위기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겁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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