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게 먹고 살 빼다' 최세정기자의 현미밥 채식 체험기

입력 2010-04-22 07:24:30

'배부르게 밥 먹고 살을 뺀다?'

세상에는 참 많은 다이어트 방법들이 있다. 여름을 앞두고 그 중 어떤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할지 여성들의 고민은 또다시 시작된다. 그런데 배부르게 밥 먹고 살을 뺄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이 있다니, 귀가 솔깃해진다.

이 문구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대구의료원 황성수 박사와 함께 진행하는 현미밥 채식 프로그램의 문구다. 3월10일부터 4월7일까지 18명의 참가자와 함께 진행된 현미밥 채식 프로그램에 기자가 직접 참여해봤다.

1주(3월10~16일)

지난달 10일 경북대병원 세미나실에서 18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첫 만남을 가졌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주로 살을 빼기 위한 목적과 건강을 되찾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황성수 박사는 '몸은 편식을 원한다'는 제목의 강연을 진행했다. "몸은 동물성 식품을 원하지 않아요. 단백질이 너무 많이 들어있고 섬유질이 없으며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들어있기 때문이죠. 동물성 식품이 '고단백 식품'이란 말은 잘못된 말입니다. '과단백 식품'이란 말이 정확하죠."

그는 몸에 단백질이 과해지면 혈액이 산성화돼 골다공증, 요로 결석과 같은 질병이 생기고 알레르기, 비만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흔히 단백질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몸은 의외로 적은 양의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는 것. 실제로 모유에는 칼로리 비율로 단백질이 7%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동물성 식품은 50%나 들어있다. 황 박사는 현미밥과 채식을 먹으라고 권했다. 껍질과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현미는 백미에 비해 영양소가 풍부하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단백질과 칼슘, 철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

참가자들은 일주일 동안 '고기, 생선, 달걀, 우유'를 식단에서 빼고 현미밥을 먹을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2주(3월17~23일)

현미밥 채식을 위해선 야채 요리를 많이 해야 한다. 점심은 매일 현미밥으로 도시락을 싸 해결했다.

주말이 되자 간식의 유혹이 커졌다. 떡, 빵, 아이스크림 등 평소엔 생각 없이 먹었던 것들인데 우유와 달걀, 백미가 들어간 것을 빼니 의외로 먹을 만한 간식거리가 별로 없었다. 현미밥 채식을 시작한지 3일쯤 지나자 얼굴빛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17일 두 번째 모임이 진행됐다. 윤선자(48·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일주일 만에 심각한 얼굴 홍조, 고혈압으로 인한 어지러움이 훨씬 덜해졌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황 박사는 "현미밥은 100번쯤 꼭꼭 씹어먹으라"고 권했다. 그래야 현미 속 섬유질이 수분을 흡수해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현미 속 영양분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멸치 육수를 내는 것도 금했다. 대신 무, 양파, 당근, 다시마 등으로 야채 육수를 내면 풍미가 좋은 다시물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젓갈을 사용한 김치는 씻어서 먹으라고 조언했다.

3주(3월21~30일)

참가자들은 이제 현미밥 채식에 적응해가고 있다. 김미옥(47·대구 수성구 시지동)씨는 "1박2일 가족여행가는 길에 현미 김밥을 싸가서 먹었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은 황 박사에게서 '생식'에 관한 강의를 듣고 참가자들도 직접 생식을 먹었다. 참가자들은 불린 현미와 양배추, 시금치, 생땅콩, 사과로 저녁을 먹었다. 시금치를 생으로 먹는 것은 처음인데, 간간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이 느껴진다. 불린 현미와 사과를 먹으니 마치 반찬처럼 잘 어울렸다. 참가자들은 '의외로 괜찮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황 박사는 9년째 하루 한 두끼 생식을 한다. "생식은 식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꿉니다. 요리하는 수고, 음식물 쓰레기도 현저히 줄지요. 여행할 때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 것이 생식입니다. 생으로 먹을 수 없는 채소는 없어요."

4주(3월31일~4월6일)

한 달째 되자 저마다 현미밥 채식으로 몸이 달라졌다고 즐거워했다. 특히 정수일(42·대구 수성구 지산동)씨는 아예 온 식구가 생식을 시작했다. "그동안 과체중에 시달리면서 1년 동안 양배추만 먹는 다이어트를 해본 적도 있지만 요요 현상으로 실패했죠. 현미밥 채식, 특히 생식을 하니 몸이 너무 가볍고 머리가 맑아졌어요.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지는 만성피로도 사라졌고요. 그동안 정말 바보같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주에는 황 박사의 '식품 선택과 기아·불평등'에 관한 강의가 진행됐다. 세계는 더 부유해지고 식량생산도 늘어나는데 기아 인구도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산되는 곡물은 전세계인이 먹고도 남을 만큼 풍성하지만 그 곡물을 가축이나 생선에게 먹이니 인간은 굶을 수밖에 없죠. 동물성 식품을 먹으면 자신은 병들어 죽고 가난한 이웃들은 굶어 죽습니다."

황 박사는 "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굶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먹는 것'이 지구의 환경, 기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그램 시작하는 날과 마치는 날, 참가자들은 신체검사를 진행했다. 대부분 참가자들이 한달 만에 적게는 2kg에서 8kg까지 빠졌다. 전체적으로 혈압과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의 수치가 줄어들었다. 기자 역시 체지방이 1.3kg 빠졌고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간 수치 등이 정상범위 내에서 낮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5월3일부터 5월31일까지 2기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한다. 안재홍 사무국장은 "식생활을 바꾸어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40대 이상 참가자를 대상으로 모집한다. 문의 053)983-9798.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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