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 미니멀리즘에 대한 회상

입력 2010-04-22 07:44:05

'In side out-현대 미술을 들추어보다'전 / 봉산문화회관 /

▲노병열 작.
▲노병열 작.

미니멀리즘이 지닌 반 모더니즘적 성격에 주목하면 이 양식을 포스트모더니즘의 범주에 포함할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이클 프리드는 미니멀리즘이 모더니즘이 지향하는 매체의 본질에 대한 집중을 벗어나 연극성을 띤다고 비판한 데다, 또 미니멀리즘 작품에서도 반복과 병치의 요소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반복과 병치가 포스트모더니즘의 핵심적인 개념의 하나인 '차이'와 전혀 무관하다면 미니멀리즘은 모더니즘일 수밖에 없다.

미니멀리즘을 생각하면 미국서 1960년대부터 나타난 추상예술의 항 양식으로서 도널드 저드나 솔 르윗, 댄 플라빈 같은 작가들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 양식의 최초 작가들은 당시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관념적이라고 느껴지던 추상표현주의 이론과 표현방식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면서 작품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까지도 단순화한 형태의 작업을 지향했다. 단순화시키기 위해서 작품 제작에 기본이 되는 수학적인 단위나 모듈을 채택하게 되고 또 '표현'보다는 재료 자체의 '물성'에 더욱 주목했다.

기존의 추상표현주의 회화가 불분명한 윤곽선과 임의적인 채색, 얼룩을 남기는 거친 붓질 등으로 특징된다고 하면 이들은 정돈되고 반복적인 이미지와 다소 엄격한 자세로 작업한 인상을 주는, 즉 '회화적'(painterly)이지 않은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질적 존재 형태도 사각형 틀의 캔버스가 지닌 절대적인 공간을 벗어나 확장되었다. 이러한 성격에 가까운 작품을 추구하는 현재의 작가들로 구성된 전시가 지금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 작가들에 대해 "자신을 3인칭의 입장에 놓고 조형이 갖고 있는 근원적인 프레임을 주제로 삼는 작가"라고 소개하듯 전체적으로 환원적인 형태나 모듈적인 구성, 상대적으로 균질적인 물성을 강조하는 대구와 서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대구 현대 미술의 한 경향을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몇몇 작가들의 작품은 외견상 간결한 형태를 취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제작 공정이나 함의를 갖고 있어서 미니멀리즘의 개념에 이반한다. 예를 들면 '노이즈'에 초점을 맞춰 우리가 제외시킨 잡음에 오히려 진실이 있지 않은지 사유한다는 박종규, 염색한 실로 만든 면을 무수히 축적한 차계남, 물감이 나무를 통해 흘러내리게 하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한 결과를 내놓으며 '시간과 흐름'의 문제에 주목한다는 노병열 등의 작품은 이미 사물에서 상황으로 관심이 옮겨간 현대의 포스트모던적인 사건과 어느 면에서는 맞물려 있어 보인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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